Culture

연극 ‘달이 두 개 뜨는 밤’, 오는 20일 나온씨어터서 개막

송영원 기자
2025-11-12 10: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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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나온씨어터’에서 연극 '달이 두 개 뜨는 밤'이 공연된다. 

'달이 두 개 뜨는 밤'은 돼지열병의 위험이 도사리는 돼지농장 마을을 배경으로, 서로의 삶 위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인간의 잔혹한 생태계를 그린 작품이다. 

달이 두 개 뜨면 소원이 두 개 이루어진다는 마을, 돼지 열병이 번지고 농가는 돼지를 땅에 묻는다. 도망간 알바생에게 모든 원인을 씌우려는 농장주, 반신불수 아버지를 돌보며 돼지 농장에서 버티는 딸, 그 딸의 삶을 갉아먹으며 연명하는 아버지, 서로의 살을 딛고 버티는 사람들, 먹히지 않기 위해 서로를 갉아먹는 잔혹한 생존의 세계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은 가난의 구조를 상징으로 치환하는 방식이다. 무대에는 실제 돼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양동이, 흙, 먹이통 등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돼지의 몸과 냄새, 무게를 대신한다. 배우들이 양동이를 사용하는 방식은 ‘보이지 않는 돼지’의 존재감을 환기시키며, 서로의 생존 위에 세워진 삶의 무게를 상징적 이미지로 전환한다.

이처럼 오브제를 통해 실체 없는 존재를 드러내는 장면은 ‘언어 너머의 연극성’을 구현하는 프로젝트 사이의 미학적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배우의 몸과 오브제가 하나의 신체처럼 작동하며, 관객은 가난이 만들어내는 현실을 ‘보는’ 대신 ‘겪는’ 상태로 이끌린다.

작·연출을 맡은 이민구는 가난을 단순히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로 그리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달이 두 개 뜨는 밤'은 이 세계를 이야기와 감각의 층위로 체험하게 만든다.

이민구는 2018년 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사회적 약자와 그를 둘러싼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연극적으로 확장해왔다. 극작가로서 출발했지만 연출로 작업 영역을 넓히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한편 연극 '달이 두 개 뜨는 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이민구의 공연단체 프로젝트 사이가 제작한다. 출연은 권겸민, 남태훈, 편다솜, 박소정, 김용배, 이민우가 맡았으며, 스태프로는 작·연출 이민구, 조연출 전채린, 무대 Shine-Od, 조명 손민영, 사운드 코뿔소, 그래픽 점핑개구리, 프로듀서 문수빈이 참여한다. 11월 20일부터 29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되며,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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