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쿠팡 주가 6% 급등… “정보유출 제한적” 美 증시 화답

박지혜 기자
2025-12-27 08:28:09
한국 정부 “조사 진행 중” 반박에도 뉴욕증시 투자자들 긍정 반응
시총 6조원↑…배런스 “고객 신뢰 회복 기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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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가 6% 급등… “정보유출 제한적” 美 증시 화답 (사진=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6.45%(1.47달러) 급등한 24.27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1% 이상 치솟으며 25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쿠팡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6조원 증가했다. 지분 10%를 보유한 김범석 의장의 평가이익도 6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 주가 상승은 전날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으며, 약 3300만명의 데이터에 접근했지만 실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유출된 정보의 외부 전송은 없었고, 해당 직원이 언론 보도 후 저장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크리스마스 발표로 데이터 유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최악의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쿠팡 주가가 급등했다”며 “이번 발표는 쿠팡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후파이낸스도 “쿠팡이 데이터 유출 사태가 우려한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날 뉴욕증시 주목 종목으로 쿠팡을 꼽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쿠팡의 발표에 즉각 반박했다. 정부는 합동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쿠팡이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쿠팡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지만,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보도되지 않았다.

쿠팡의 서둘러 발표는 미국에서 제기된 증권집단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쿠팡 주가는 11월 말 대규모 유출 사실이 알려진 후 12월 한 달간 19% 폭락했다. 쿠팡은 이번 발표를 통해 피해가 중대하지 않아 공시를 늦췄으며, 주가 하락은 언론의 과장 보도에 따른 시장의 과도한 공포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펼 수 있게 됐다.

증권집단소송을 맡은 곳이 로젠 등 미국 대형 로펌들이어서 쿠팡은 소송 결과에 따라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쿠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다.

한국 정부 공식 조사 결과 외부 유출이 확인되거나 피해 규모가 쿠팡 발표보다 훨씬 큰 것으로 밝혀지면, 쿠팡은 ‘허위 공시’ 혐의까지 추가되며 더 큰 규모의 보상과 경영진 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정치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상한을 매출의 3%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쿠팡의 발표가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이런 움직임에 탄력이 붙으면서, 소급 적용시 약 4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정보 유출 사건 이전 28달러를 넘었던 주가와 비교하면 현재 수준은 여전히 10% 이상 낮은 상태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04%, S&P500은 0.03%, 나스닥은 0.09% 각각 하락하며 6거래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