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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15년 만 대변화, SNS化 논란

카카오톡 15년 만 대규모 업데이트, 일반 이용자 거센 반발
연예인들도 불만 토로…“업데이트 취소하는 법 아시는 분?”
박지혜 기자
2025-09-27 07: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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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15년 만 대변화, SNS化 논란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두고 연예인들까지 나서서 불만을 표하고 있어 화제다.

배우 남보라는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카카오톡 업데이트 취소하는 법 아시는 분?“이라며 새롭게 업데이트된 카카오톡 화면 캡처를 올렸다. 그는 “아 이게 뭐야”라는 글을 덧붙이며 불만족스러운 심정을 드러냈다.

앞서 가수 이영지도 25일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나 카카오톡 업데이트 안하려고 버텼는데 이거 사용자 동의없이 이렇게 업데이트되어도 되는 거니”라며 과거 자신이 올려뒀던 프로필 사진들이 모두 피드에 노출된 화면을 공개했다.

특히 이영지는 “고딩 때 재범님(박재범) 프사로 해놨던 것까지 다 넓게 펼쳐져 있다”며 “지금 다 지우러 간다”고 말해 팬들의 공감을 샀다.

SNS형 친구 탭 도입으로 15년 만의 대변화

카카오는 지난 23일 개발자 대회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친구 탭’에 피드형 사용자환경(UI)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의 단순한 목록형 친구 리스트 대신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격자형 피드가 도입되어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내역을 타임라인 형태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메시지 수정 기능, 채팅방 폴더 기능 등도 새롭게 추가됐다. 카카오 측은 “다양한 관심사와 취향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냉담했다.

유튜브 검색량 8배 폭증…“업데이트 끄기”가 1위

27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유튜브에서 ‘카카오톡’ 검색량이 1년 평균 대비 최대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4일 저녁을 기점으로 검색량이 급증하기 시작해 25일 오전에는 관심도 70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연관 검색어 순위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끄기’가 1위를 차지했고,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기’, ‘카카오톡 업데이트 취소’, ‘카카오톡 업데이트 되돌리기’, ‘카카오톡 다운그레이드’ 등이 상위 5개 검색어를 독점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업데이트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높은 관심도를 보였고, 경기도, 제주도, 대구, 부산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전북, 강원도, 경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보였다.

카카오 내부 직원들도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의 폭로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겠냐”는 제목의 글에서 한 카카오 직원은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 달라.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업데이트는 여러 기획자의 결과물이 아닌, 사실상 특정 인사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며 “동료들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카카오 직원은 댓글에서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싹 다 반대했다”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냐”고 호소해 내부 구성원들마저 이번 업데이트에 반대했음을 드러냈다.

이용자들 “메신저가 SNS로 변했다” 강하게 반발

이용자들의 불만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안 친한 친구나 업무용 연락처의 프로필 변동 내역이 친구 탭 화면 가득 표시된다”, “잘 모르는 사람의 사적인 사진까지 봐야 하느냐”, “피로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의 본질적 기능인 ‘메신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년간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신저로 사랑받아온 카카오톡이 갑작스럽게 SNS 기능을 강화하면서 기존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상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많은 이용자들이 이전 버전으로 롤백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주가도 직격탄…5% 하락

시장의 반응도 냉혹했다. 26일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4.51% 하락한 6만350원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5만9900원까지 떨어지며 6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사용자 경험(UX)을 무시한 채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신저 앱의 본질적 기능보다 SNS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광고 수익 증대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업데이트 후 일부 이용자의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톡은 국내 메시지 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인한 이용자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년 만의 대규모 변화를 시도한 카카오가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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