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셀프 조사’ 논란으로 고발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1일 경찰 조사 12시간 만에 귀가했다. 출석 당시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던 로저스 대표는 조사 후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로저스 대표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으며, 조사는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2시22분께 종료됐다.
로저스 대표는 전날 오후 1시54분께 변호인과 함께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며 통역사를 통해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하고 있는 모든 수사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며 “오늘 경찰 수사에서도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가’ ‘국가정보원 지시를 받았다는 말이 위증인가’ ‘개인정보 유출 규모 3000건의 근거는 무엇인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조사는 경찰 제공 통역과 로저스 대표의 개인 통역사가 모두 배석한 ‘이중 통역’ 방식으로 진행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로저스 대표 측이 심야 조사에 동의하면서 결국 날을 넘겨 조사가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쿠팡이 수사기관과 협의 없이 이른바 ‘셀프 조사’를 진행하게 된 경위와 핵심 증거물인 피의자 노트북을 확보해 임의로 분석한 행위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 규모를 ‘3000건’으로 특정한 근거와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개인정보 유출자가 3300만 개의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건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전직 중국인 직원을 특정해 중국 하천에서 노트북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쿠팡은 경찰과 정부에 관련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의자에게 접근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역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혀 ‘셀프 조사’ 논란이 확산됐다.
경찰은 쿠팡의 주장과 달리 계정 수 기준 3000만 건 이상의 유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압수물 분석을 통해 확인한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000만 건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저스 대표와 쿠팡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증거인멸,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자료 보관 명령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총 7개 혐의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한편 경찰은 유출 피의자로 특정된 중국 국적 전직 직원 A씨에 대한 송환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구체적인 응답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청장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한 다음 한국법으로 처벌한다는 목표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