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nt K-POP 리더|윤등룡②] 베이비복스에서 블랙스완으로…윤등룡이 넓혀온 K팝의 경계

국적을 넘은 블랙스완, 태권도와 트로트를 잇는 나태주, ‘미스트롯2’ 김의영까지…장르와 국경을 넘어 새로운 무대를 만들다
김민주 기자
2026-10-06 1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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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에서 블랙스완으로…윤등룡이 넓혀온 K팝의 경계



과거의 성공보다, 지금 만들고 있는 무대

베이비복스와 함께 아시아의 문을 두드렸던 윤등룡 디알뮤직 대표는 과거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이미 열어본 문을 다시 두드리기보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시장에서 다음 가능성을 찾았다. 한국 가수를 해외에 보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세계의 인재를 한국의 제작 시스템 안에서 만나게 하고, 태권도와 트로트를 한 무대에 세우며, 이미 자기 색을 가진 가수에게 새로운 길을 연결하고 있다.

1부의 윤등룡이 베이비복스와 함께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다면, 2부의 윤등룡은 여전히 다음 무대를 찾는 현역 제작자다. 그 현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름이 블랙스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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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은 파투, 가비, 스리야, 앤비로 구성된 다국적 걸그룹이다. 파투는 세네갈과 벨기에, 가비는 브라질과 독일, 스리야는 인도, 앤비는 미국과 연결된 배경을 지녔다. 한국인 멤버 없이 활동하는 K팝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팀 자체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K팝을 만드는 것은 국적인가, 언어인가, 음악인가, 아니면 한국에서 축적된 제작과 훈련의 방식인가.

윤등룡이 베이비복스와 해외로 향했을 때 질문은 ‘한국에서 만든 가수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가’에 가까웠다. 블랙스완에서는 방향이 달라졌다. 세계에서 인재를 찾고, 그들을 한국으로 불러 하나의 K팝 팀으로 만든다. 한국인이 세계로 나가는 방식에서 세계의 인재가 한국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제작의 축이 넓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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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x 보이스투맨 콜라보 무대 모습



그 중심에는 디알뮤직의 자체 오디션 프로그램 ‘시그너스’가 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시그너스는 매년 한 차례 진행되며 통상 1만 명 안팎의 지원자가 몰린다. 디알뮤직은 이 가운데 가능성을 본 인재를 꾸준히 선발하고 있으며 지금도 연습생 신분으로 데뷔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 블랙스완 멤버들 역시 이 같은 자체 오디션과 선발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아티스트들이다.

시그너스는 한 번의 화제성 오디션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찾고, 한국의 훈련 시스템 안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발굴 과정이다. 이미 완성된 스타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인재가 하나의 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긴 시간 지켜보는 방식이다.

멤버 구성 역시 우연한 다양성에 그치지 않는다. 윤등룡이 바라보는 다음 시장에는 인도와 아프리카, 중남미, 유럽이 있다. K팝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깊게 닿았던 지역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여러 대륙의 인재를 팀 안에 담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멤버가 있다’는 사실보다 왜 그들을 찾느냐다. 인도 출신 멤버가 인도 팬과 만나는 것은 단순한 번역이나 현지 마케팅보다 직접적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멤버가 자신의 언어와 기억, 문화를 가지고 팀 안으로 들어오면 그 지역은 더 이상 멀리 떨어진 해외시장이 아니다. 팀을 구성하는 사람의 삶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세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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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인도 현지 촬영 'KARMA' 뮤직비디오


‘Karma’는 그 구상을 실제 콘텐츠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뮤직비디오는 스리야의 고향인 인도 오디샤에서 촬영됐다. 현지의 거리와 공간을 배경으로 삼고 현지 제작진과도 협업했다. 멤버의 출신지를 프로필 한 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음악과 영상의 일부로 끌어온 것이다. 한국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 해외에 내보내는 방식과는 달랐다. 멤버의 고향으로 직접 들어가 그곳의 사람과 공간을 K팝 제작 과정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블랙스완 네 멤버의 배경을 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역사적 연결을 만난다.

파투와 연결된 벨기에, 가비와 연결된 독일, 스리야의 인도, 앤비의 미국은 모두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도운 나라들이다. 미국과 벨기에는 전투병력을 파견했고, 인도와 독일은 의료지원으로 힘을 보탰다.

70여 년 전 그 나라의 사람들이 전쟁 속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이 땅을 찾았다. 그들의 희생과 지원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리고 이제 그 나라들과 연결된 젊은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모여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연결이 멤버 선발의 이유였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뒤늦게 발견한 공통점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한때 세계의 도움을 받았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찾는 문화의 무대가 됐다는 점에서다.

블랙스완 네 멤버의 얼굴 뒤에는 그렇게 서로 다른 나라와 한국이 이어온 시간이 겹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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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등룡의 현재가 블랙스완 하나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나태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그의 제작 감각을 보여준다.

나태주의 무대에는 태권도와 트로트가 함께 있다. 발차기와 회전, 퍼포먼스의 속도감 위에 트로트의 리듬이 놓인다. 태권도 선수와 가수라는 두 이력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대 언어로 연결된다. 블랙스완이 국적의 경계를 넓혔다면 나태주는 장르와 퍼포먼스의 경계를 넓힌다.

태권도는 해외 관객에게도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한국의 문화 자산이고, 트로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뿌리를 가진 장르다. 둘의 결합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베이비복스 시절 한국 가수를 아시아 시장에 소개했던 윤등룡이 이제는 한국적인 장르와 퍼포먼스를 새로운 형태로 묶어 또 다른 가능성을 찾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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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김의영이 더해졌다. ‘미스트롯2’에서 최종 5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김의영은 디알뮤직에서 다음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캡사이신 보이스’라는 별칭처럼 이미 뚜렷한 목소리와 캐릭터를 가진 가수다. 처음부터 신인을 만드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만든 아티스트에게 어떤 다음 장면을 붙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김의영의 합류 역시 단순한 트로트 라인업 확대만으로 보기 어렵다. 윤등룡의 현재 제작은 신인을 처음 발굴하는 일과 이미 자기 색을 가진 아티스트의 다음 길을 설계하는 일을 함께 품고 있다. 블랙스완에서는 새로운 구성의 팀을 만들고, 나태주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와 퍼포먼스를 만나게 하며, 김의영에게서는 이미 형성된 강점을 다음 활동으로 어떻게 이어갈지를 고민한다.

블랙스완, 나태주, 김의영은 얼핏 한 줄에 놓기 어려워 보인다. 다국적 K팝 걸그룹, 태권도와 트로트를 결합한 퍼포머,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여성 트로트 가수. 그러나 세 이름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미 존재하는 공식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사람에게서 새로운 공식을 찾는다는 점이다.

베이비복스 때도 그랬다. 모든 답을 얻은 뒤 해외로 나간 것이 아니라 길이 선명하지 않을 때 먼저 아시아 시장을 향했다. 지금 블랙스완에서는 K팝을 만드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고, 나태주에게서는 장르와 퍼포먼스를 연결하며, 김의영에게서는 이미 형성된 강점을 다음 활동으로 이어갈 방법을 찾는다.

윤등룡에게 제작은 결국 사람을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 국적이 다르다고 K팝의 바깥에 둘 이유도 없고, 장르가 다르다고 한 무대에서 만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어떤 무대로 연결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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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디알뮤직의 현재는 하나의 장르로 설명되지 않는다. 글로벌 K팝 걸그룹과 트로트 가수가 한 회사에 있고, 태권도 퍼포먼스와 아이돌 시스템이 나란히 존재한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선택이지만 출발점은 같다.

지금까지 없었던 다음 무대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과거의 성공은 윤등룡에게 기록이지만 현재의 기준은 아니다. 베이비복스를 다시 만드는 대신 블랙스완을 만들고, 익숙한 트로트 공식을 반복하는 대신 나태주와 김의영의 서로 다른 가능성을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번 문을 연 사람은 다음 문을 찾는다. 베이비복스에서 블랙스완으로, 그리고 나태주와 김의영까지. 아시아의 문을 두드렸던 제작자는 이제 문밖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의 인재가 그 문 안으로 들어와 함께 만들고, 다시 각자의 세계로 뻗어나가는 무대를 그리고 있다.

윤등룡이 넓혀온 K팝의 경계는 결국 국적이나 장르에 그어진 선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계속 넘어온 선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그 선 너머에서 다음 사람, 다음 무대를 찾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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