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감한 형사들4’에서 잔혹하고 추악한 범죄자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해 밝혀냈다.
첫 번째 사건은 건너편 건물 창문에서 이틀째 사람의 발이 보인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문을 열자, 방바닥에는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숨진 20대 청년의 시신이 있었고, 주변엔 깨진 소주병, 담배꽁초, 혈흔 묻은 족적 등이 남아있었다. 검안 결과, 몸에는 40여 곳의 자창과 절창이 확인됐다.
피해자의 컴퓨터, 휴대전화, 신용카드가 사라진 가운데, 수사팀은 사건 이틀 전 피해자 집 근처 노래방에서 결제가 취소된 영수증을 단서로 CCTV를 추적했다. 이후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턱이 유달리 긴 유 씨(가명)의 존재를 포착했다. 그는 피해자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혼자 빠져나갔다.
전날 친구와 술을 마신 피해자는 이후 혼자서 번화가로 향했고, 한 호객꾼과 함께 유 씨를 마주쳤다. 호객꾼에 따르면 유 씨가 “자신을 술집에 데려간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고, 이후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갔다고 한다. 피해자의 돈을 노렸던 유 씨는 범행 후 택시를 수차례 갈아타며 경로를 교란시키려는 듯한 동선을 보였고, 퇴폐업소에도 들렀다. 수사팀은 유 씨가 중간에 옷을 갈아입은 장면을 통해 하차·승차 지점을 중심으로 탐문에 나섰다.
결국 유 씨는 한 고시텔에서 체포됐다. 40대 무직인 그는 피해자의 노트북을 판매했으며 그 안에 있던 과도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 유치장에 수감된 그는 “그분이 오셨다”, “내 안에 다른 존재가 있다”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반복하며 이상 증세를 보였다. 유 씨는 알코올성 정신병적 장애와 조현병 증상 등을 이유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소지한 휴대전화는 세 대였고, 그중 하나는 1년 전 도난 신고된 것이었다. 차량 트렁크에서는 주민등록증 3장, 외장하드, 수술용 장갑, 칼, 여성 속옷 14점, 직접 제작한 성인용품 등이 발견됐다. 그는 집행유예 전과가 여러 차례 있는 인물이었다.
외장하드에는 다운받은 성폭력 영상과 여성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사진 등이 저장돼 있었고, 23명의 신분증을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 수사팀은 신분증 주인을 추적하던 중, 한 장이 과거 살인사건 피해자 명의라는 걸 확인한다. 당시 피해 여성은 방 안에서 반라 상태로 발견됐고, 화장품 병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되면서 이 병이 성폭행 도구로 사용됐던 정황이 드러났다.
범인을 지켜보며 특징을 파악한 한 형사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 남성은 해당 사건 외에도 더 과거에 ‘자신만의 놀이터’라 부른 약수터 살인사건까지 자백했다. 피해 여성은 알몸 상태로 발견됐고, 40cm가 넘는 나뭇가지가 신체에 삽입된 채였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두 사건 모두에서 피해자의 속옷을 가져가는 등 범인의 일관된 행동 패턴이 드러났다.
범인은 바로 2009년 검거된 이대영이었다. 그는 사실혼 관계의 여성과 함께 살며 택배나 대리운전을 핑계로 밤마다 외출하며 이중생활을 이어갔다. 과거 유사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성폭력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가학적 행위도 다수가 하면 정상”이라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드러낸 그는 징역 2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송미희 기자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