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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별잡: 지중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마지막 수업

한효주 기자
2025-05-13 10:47:16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제공: tvN)

지난 12일 방송된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7회에서 바티칸의 모든 것이 다뤄졌다. 방송 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과 새 교황의 선출이라는 시류와 맞물리며 이목을 모았던 이번 회차는 기대 이상의 밀도와 깊이로 바티칸의 역사와 정신, 문화적 상징성을 짚어내고, 가장 낮은 곳에서 약자들에게 헌신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수업’까지 전하며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이하 ‘알쓸별잡: 지중해’) 7회에서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과 함께 역사와 신념, 일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든 바티칸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직접 둘러봤다.

교황의 휴식처이자 바티칸 시국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교황의 정원, 더 이상 운행되진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바티칸 기차역, 바티칸 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슈퍼마켓, 약국, 면세점, 그리고 세계 각국 성모상이 모여 있는 정원의 끝자락에 자리한 한복 차림의 한국 성모상까지. 작지만 의미 깊은 장소들을 통해, 바티칸이라는 나라가 지닌 신념과 정체성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바티칸 변호사 출신의 한동일 교수가 안내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과의 만남이었다. 대한민국의 네 번째 추기경이자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직에 오른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접 요청으로 바티칸에 부름을 받았다. 교황은 그에게 “당신의 웃는 얼굴처럼 교황청을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남겼고, 실제로 유흥식 추기경은 그 따뜻한 태도로 바티칸의 분위기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어 소개된 2000년 이상 지속된 바티칸의 외교사 또한 인상 깊었다. 1세기 사도 베드로부터 시작된 교황청은 시대의 굴곡을 거치며 무수한 외교 문서와 서한을 남겼다. 링컨 대통령이 보낸 편지부터 1333년경 고려 왕에게 전해진 교황의 서한 등, 그 기록들은 바티칸 사도 도서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신학, 철학, 음악, 예술, 법학 등 모든 지식이 다 있는 이 도서관은 단순한 고문서 보관서를 넘어, 인류 문명사의 지적 신경망 역할을 해온 공간이었다.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이 도서관의 핵심 공간인 ‘시스티나 홀’에 한동일이 진입했을 때, 그 압도적인 풍경은 단연 백미였다. 길이 120m에 달하는 공간을 채운 르네상스 양식의 프레스코화는 물론, 4세기에 제작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 ‘코덱스 바티카누스’ 등 이 장소가 품은 시간의 깊이와 지적 자산은 경외감마저 불러일으켰다.

바티칸 박물관 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은 무수한 감정을 일렁이게 했다.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슬픔을 조각한 이 작품을 보며 안희연은 울컥했다. “조각이 정교해서가 아니라,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운을 뗀 그는 ‘참척’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비탄에 잠긴 얼굴 앞에서 “나는 과연 이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가를 숙고하게 됐다”고 성찰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상실, 그리고 그 상실을 둘러싼 사회의 시선에 대한 고민은 피에타가 전하는 연민과 사랑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을 오롯이 되짚는 시간이기도 했다. 2013년, 교황청 역사상 최초로 비유럽권에서 선출된 아르헨티나 출신의 그는 평생을 낮은 자리에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헌신했다. 에이즈 환자들의 발을 씻긴 일화는 대표적이었다. 그가 왜 지금까지도 ‘가장 인간적인 교황’으로 기억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한동일이 대표로 “아픈 몸으로 끝까지 버텨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큰 수업이고, 큰 희망이고, 큰 위로였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안희연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교황의 삶으로 전한 “나의 생의 마지막을 보며 당신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더욱 깊게 새겼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과의 만남을 놓지 않았던 그의 자세는 그 자체로 인생의 완전 연소였고, 인류 모두에게 남긴 ‘마지막 수업’이었다. ‘알쓸별잡: 지중해’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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