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기를 머금은 꽃잎 사이로 여름이 피어난다. 초여름을 대표하는 꽃, 수국이 전국 곳곳을 알록달록 채우는 계절이다.
수국은 하얀 꽃망울로 시작해 파란빛, 보랏빛으로 물들며 한여름 장관을 완성한다. 남도의 마을 정원부터 수도권 숲속 수목원까지, 6월을 수놓는 수국 명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마을에서는 오는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제8회 수안수국정원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직접 참여해 일궈낸 대표적인 주민 주도형 축제로, 깨끗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쓰레기 줍기 활동에서 시작된 변화가 수국정원으로, 나아가 마을 축제로 결실을 맺게 된 사례다.
축제장에서는 수국정원과 프라이빗가든, 주민갤러리 등 감성적인 산책 코스가 마련돼 있고, 블루베리 수확 체험, 장군차 다도 체험, 수국 화분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부녀회가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할머니들이 참여하는 할매마켓도 마련돼 있어 정겨운 분위기를 더한다.
공연과 물놀이가 함께하는 강진 수국길축제

전남 강진군에서는 오는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보은산 V랜드 공원에서 ‘제3회 강진 수국길축제’가 열린다. 여름철 대표 화훼인 수국을 주제로 열리는 이 축제는 수국이 만개한 꽃길을 따라 다양한 포토존과 쉼터가 조성되며, 물총 서바이벌과 황토 맨발길 걷기 등 더위를 날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된다.
축제 기간에는 장민호, 울랄라세션, 김준수, 왁스, 클레오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대형 공연이 매일 이어지고, 어린이를 위한 마술쇼, 솜사탕 퍼포먼스, 수국 하바리움 만들기, 목공 체험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역 특산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푸드존과 함께, 강진의 제철 음식인 냉콩국수와 열무냉면, 닭개장 등이 판매된다.
특히 ‘수국愛 할인데이’에서는 수국, 장미, 작약 등 지역 화훼 품목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남 진도군은 6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운림산림욕장 내 수국공원을 야간 개장한다. 약 3헥타르 규모의 수국 정원에는 2만 본의 수국이 조성돼 있으며, 개장 첫날인 18일에는 ‘운림 수국의 밤’이라는 주제로 퓨전국악과 통기타 라이브가 어우러지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야간 조명을 더한 수국길은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야경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진도군은 방문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교통 통제와 안내 요원을 배치해 축제 운영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바다와 꽃이 만나는 길, 거제 남부면 수국축제

경남 거제시 저구항 일원에서는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남부면 수국축제’가 열린다. ‘수국, 여름을 걷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축제는 바다와 맞닿은 해안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수국꽃길이 가장 큰 자랑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 위에 피어난 수국과 바다, 산이 어우러져 포스터 속 장면 같은 인생샷을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축제 기간에는 스탬프 산책, 포토로드, 수국 물감 정원 아트 등의 감성 이벤트와 함께 버스킹 공연, 먹거리 부스, 푸드트럭, 플리마켓 등이 운영된다. 지역 음식점이나 카페를 이용한 영수증을 축제장에 지참하면 수국화분을 증정하는 특별 이벤트도 마련돼 있어 지역 경제와의 연결도 돋보인다.
전남 해남군에는 수국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민간 정원이 다수 존재한다. 먼저 해남 최초의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문가든’은 정원과 저수지가 맞닿아 있는 경계 없는 풍경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야간 조명을 밝힌 정원은 포토 스팟으로도 인기가 높다.
‘비원’은 2024년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원으로, 수국과 동백, 장미터널이 어우러진 테마별 공간에서 자연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산이정원’은 해남의 정원도시 선언과 함께 조성 중인 복합정원으로, 주제 정원과 조형물, 놀이시설이 결합된 체험형 공간이다. 그리고 ‘포레스트 수목원’은 8000여 그루의 수국이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국내 최대 규모 수국 정원으로, 7월 14일까지 수국 축제를 운영하며 관람객들에게 시원한 자연 속 힐링을 선사한다.
더 많은 수국 축제, 전국 각지에서 만난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국축제가 줄줄이 열린다. 전남 신안 도초도에서는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섬 수국 축제’가 열리며, 덴마크 설치미술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숨결의 지구’가 수국 정원에 품격을 더한다.
경남 거창군은 거창사건추모공원에서 수국 자유 관람 프로그램을 21일까지 운영하며, 경남 진주시도 월아산 수국정원에서 ‘숲’이라는 전용 화폐를 활용한 체험형 축제를 22일까지 진행한다.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는 41종의 수국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충남 공주시 유구읍 유구색동수국정원에서는 38종, 5만4000본의 수국이 장관을 이룬다.
광주 화담숲에서는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100여 품종, 7만여 본의 수국이 만개하며, 제주도 종달리 수국길과 한림공원, 상효원 등도 수국의 대표 명소로 손꼽힌다.
꽃이 길을 만들고, 사람을 걷게 한다. 이 여름, 수국을 따라 떠나는 여행은 한 장의 사진보다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