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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만달러 붕괴 ‘패닉’…AI 버블 우려 확산

박지혜 기자
2025-11-19 0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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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만달러 붕괴 ‘패닉’…AI 버블 우려 확산 (사진=픽사베이)


대표적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선 붕괴하며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부상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07%, S&P500지수는 0.83%, 나스닥지수는 1.21% 각각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3일 연속 하락했으며, S&P500지수는 지난 8월 이후 최장 기간인 4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암호화폐 시장도 급락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개당 9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 대비 약 30% 하락한 수치다.

비트코인 급락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위험 감수 현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이는 세계 증시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AI 기업 가치 고평가 우려가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엔비디아는 이날 2.81% 급락했고, 아마존 4.43%, 마이크로소프트 2.70%, 메타 0.7%, 테슬라 1.88% 등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31% 급락했다.

다니엘 핀토 JP모간 부회장은 “AI 밸류에이션에 조정이 있을 것이고 이는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며 “높은 가치 평가를 정당화하려면 특정 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데, 시장이 현재 가격에 반영하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18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시장에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며 “AI붐이 붕괴될 경우 구글을 포함해 그 어떤 기업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달 7~13일 펀드매니저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AI 과열을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으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들이 과잉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전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3.32%로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일본 닛케이지수는 3.22%, 홍콩 항셍지수는 1.72%, 대만 가권지수는 2.33% 각각 급락했다.

유럽 증시도 1% 이상 하락했다. 이날 영국 FTSE지수는 1.27%, 독일 닥스지수는 1.74%, 프랑스 까끄지수는 1.86% 각각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도 1.72% 하락했다.

이토로의 브렛 켄웰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움직임은 증시의 선행 지표”라며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아래로 하락하면 약세 모멘텀이 강화돼 증시 내림세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9만 달러 선이 붕괴됐던 비트코인은 곧바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9만 달러를 회복했다. 18일 오후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약 1.6% 오른 9만20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도 일제히 반등했다. 이더리움은 5%, 솔라나는 9%, 도지코인은 6% 급등하는 등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전날 8억3000만 달러를 투입해 비트코인 8178개를 매입한 것도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관심은 19일 장 마감 직후 발표되는 엔비디아 3분기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실적 발표가 연말까지 기술주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AI가 버블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트루이스트는 “추가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기술주의 장기 성장 스토리가 강력한 수익 모멘텀이 건재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12월을 앞두고 낙관론도 이어지고 있다. UBS는 “2026년 S&P500지수가 75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내년 목표치를 78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위 5개 빅테크 기업은 AI 데이터센터에 올해 3710억 달러(약 542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