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올해 처음 제정한 ‘FIFA 평화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이 열린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직접 메달과 트로피, 인증서를 전달하며 화제를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라며 기쁨을 표했다. 그는 “우리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세계는 지금 더 안전한 곳이 됐다”며 “8개의 전쟁을 멈췄다”고 강조했다. 메달을 즉시 목에 건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수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조 추첨식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연출이 두드러졌다. CNN에 따르면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으로 시작됐고, 그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반복 재생되는 빌리지 피플의 ‘YMCA’가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참석했지만, 유독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상이 수여됐다. 행사장인 케네디 센터는 백악관에서 불과 1.6km 떨어진 곳으로, 올해 이사진 개편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FIFA 평화상 수여가 너무 급작스럽게 추진돼 FIFA 내부 부회장 및 이사들조차 놀랐다고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지난달 평화상 신설을 처음 발표했을 때, 상당수 FIFA 고위 관계자들이 내부가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는 올해 내내 지속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8월 백악관 방문 때 월드컵 트로피를 직접 들고 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바 있으며,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가자 휴전 중재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전날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 행사에도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정상들의 분쟁 종식 협정 서명을 지켜봤다.
BBC는 “이번 조 추첨과 시상식은 정치적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며 “세계 축구 행정 기구가 특정 정치 세력의 홍보 도구로 비칠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FIFA가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FIFA 내부 고위 관계자는 “축구는 세계인의 언어이고, 평화를 위한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아야 한다”며 “왜 노벨평화상보다 작아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며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날 조 추첨 결과 미국은 D조, 멕시코는 A조, 캐나다는 B조에 배정됐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