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K2 전차, 중남미 첫 진출

박지혜 기자
2025-12-10 07:45:12
현대로템, 페루에 K2 전차 54대·K808 장갑차 141대 수출 합의
계약 규모 2조원 추정…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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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 중남미 첫 진출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차세대 주력 전차 K2 ‘흑표’가 폴란드에 이어 페루를 두 번째 수출국으로 확보하며 중남미 시장 첫 진출에 성공했다.

대통령실은 10일 현대로템과 페루 육군조병창이 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소재 육군본부에서 ’전차·장갑차 총괄합의서(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서에는 K2 흑표 전차 54대와 K808 백호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의 지상 장비를 페루 육군에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이 주관한 서명식에는 한국 정부 대표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과거 K-방산 수출 단가를 고려할 때 최종 계약 규모는 2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중남미 지역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페루 수출은 K2 전차가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K2 전차는 2022년 폴란드와 1000대 수출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까지 360대 수출을 확정한 바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을 넘어 중남미라는 신규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은 K-방산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페루는 현재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육군 지상 장비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며, 한국 방산의 높은 기술력과 가성비, 신속한 납품 능력이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로템은 이미 지난해 5월 페루와 K808 장갑차 30대를 공급하는 약 82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K2 전차 등 지상 무기 추가 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으며 페루와의 협력 관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K2 전차는 K9 자주포와 함께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대표적인 지상 무기체계로, 2014년부터 한국군에 실전 배치됐다.

120㎜ 활강포와 기관총을 탑재하고 있으며, 1500마력 엔진으로 시속 70㎞의 속력을 낼 수 있다. 특히 수심 4m의 강물에 잠수해 도하할 수 있는 스노클링 기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동력, 화력, 생존력을 두루 갖춘 차세대 전차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함께 수출되는 K808 백호 장갑차는 2018년부터 한국군에 배치된 차륜형 장갑차로, 승무원 2명과 보병 10명을 태울 수 있다. K4 고속유탄기관총 또는 K6 중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00㎞다. 전술 타이어를 장착해 타이어가 파손되더라도 시속 48㎞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현대로템은 페루 국영 방산기업인 육군조병창(FAME SAC)과 협업해 일부 장비를 페루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현지 생산 물량은 내년 6월까지 체결 목표인 이행계약에서 확정된다. 현대로템은 약 2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페루 내 조립·생산라인을 설립하고,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30% 이상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페루는 2029년부터 2040년 사이 라이선스 생산 방식으로 현지 생산시설을 본격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페루의 방산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모델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페루와의 지상 장비 총괄합의서 체결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양국의 국방·방산협력을 획기적으로 격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페루가 전력 보강과 함께 자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K-방산을 선택한 만큼,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산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내년 6월까지 이행계약 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으며, 한국 정부도 계약 완료까지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