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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원인은?

전종헌 기자
2025-12-12 07: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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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광주시립도서관

11일 오후 1시 58분경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철골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인해 작업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지지대가 무너지며 옥상층부터 지하층까지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붕괴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에서는 추가 매몰자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구조 작업이 밤샘 이어지고 있다.

광주소방안전본부와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사고는 11일 오후 1시 58분경 발생했다. 옛 상무소각장 부지 내에 짓고 있던 광주대표도서관의 2층 옥상 슬래브에 콘크리트를 붓는 타설 작업이 한창이던 시각이었다. 목격자들은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철골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총 97명의 작업자가 있었으며, 붕괴가 일어난 구역에는 4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이었다. 콘크리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상판이 꺼지면서 2층 옥상에 있던 작업자들은 그대로 15m 아래 지하 2층 바닥으로 추락하거나 쏟아진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 구조물 사이에 매몰됐다. 무너진 범위는 옥상층에서 지하 2층까지 수직으로 이어져 피해를 키웠다.

소방 당국은 사고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굴착기와 크레인 등 중장비와 구조 인력을 대거 투입해 구조에 나섰다. 첫 번째 매몰자는 사고 발생 약 50분 만인 오후 2시 52분경 발견되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오후 4시 1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어 야간 수색 작업 중이던 오후 8시 13분경, 매몰되었던 두 번째 작업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당국은 남은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 조명차를 동원해 야간 수색을 강행했으나, 엉켜 있는 철근과 굳어가는 콘크리트 잔해로 인해 구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붕괴된 잔해를 일일이 절단하고 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 구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시공 부실 가능성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사고 현장을 긴급 점검한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구조물의 기둥과 보를 연결하는 용접 부위가 제대로 결합되지 않은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용접이라면 하중을 받아 휘어질지언정 끊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사고 현장의 철골은 유리창이 깨지듯 단면이 매끄럽게 절단된 형태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고 당시 적용된 ‘데크 플레이트’ 공법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 공법은 동바리(가설 지지대) 없이 바닥을 시공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자주 쓰이지만, 하중 분산 설계가 정밀하지 않거나 시공이 부실할 경우 붕괴 위험이 크다. 옥상층의 콘크리트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지지력이 약한 용접 부위가 터져 나갔고, 이 충격이 도미노처럼 하부 구조물까지 전달되어 지하층까지 연쇄 붕괴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고가 예고된 인재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당 공사 현장은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인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간 공사가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시공사가 법원으로부터 채권 가압류 등을 당하며 공사를 진행할 여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후 공동 도급을 맡았던 다른 건설사가 공사를 승계하여 지난 9월 25일에야 겨우 작업이 재개됐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4개월가량 늦어졌고, 만회를 위해 현장에서 무리하게 작업 속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겨울철 추워진 날씨 속에 충분한 안전 조치 없이 타설 작업을 서두르다 구조적 결함을 간과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총사업비 516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 1286㎡ 규모로 지어지는 광주시의 핵심 문화 사업이었으나, 이번 참사로 인해 안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시공사와 감리 업체를 상대로 안전 수칙 준수 여부와 부실 시공 정황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또한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광주시는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유가족 지원과 사고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과거 학동 철거 건물 붕괴와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발생한 후진국형 건설 참사에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