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에 110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로 인수되는 역사적 계약서에 서명했다. 수개월에 걸친 넷플릭스와의 치열한 입찰 경쟁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으로, 글로벌 미디어 패권 지형을 뒤흔들 초대형 M&A가 현실이 됐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주당 31달러 인수 제안이 넷플릭스의 주당 27.75달러보다 우수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브루스 캠벨 워너브러더스 최고전략책임자는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넷플릭스는 파라마운트의 제안에 맞설 법적 권리를 보유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수개월간 시장을 달궈온 ‘넷플릭스 맞불 인수설’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계약 체결과 함께 넷플릭스에 28억달러의 해지 수수료를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간 체결됐던 기존 계약의 파기에 따른 비용이다. 또한 파라마운트는 규제 승인 실패 시 부담할 해지 수수료 상한을 7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등 조건을 강화해 이사회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파라마운트 주가는 장중 20% 넘게 급등했고, 넷플릭스 역시 과도한 가격 경쟁과 장기 규제 리스크를 회피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2%대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워너브러더스 주가는 2%대 소폭 하락했다.
이번 인수전의 주인공은 파라마운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엘리슨 회장 겸 CEO다. IT 공룡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인 그는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통해 ‘탑건: 매버릭’ 등 흥행작을 잇달아 제작하며 할리우드 내 입지를 다져온 40대 경영인이다.
이러한 전방위 로비는 실제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가 고용과 경쟁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개최했고, 일부 주 법무장관들은 법무부에 소송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화 제작자·극장업계·노조도 넷플릭스 인수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 넷플릭스 거래의 장기 규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고, 결국 파라마운트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스튜디오·HBO와 파라마운트의 CBS·각종 케이블 네트워크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초대형 미디어 그룹이 출범한다. ‘해리포터’, ‘매트릭스’, ‘판타스틱 비스트’ 등 글로벌 흥행 IP를 보유한 워너브러더스와 CBS 등 전통 방송 강자인 파라마운트가 결합해 영화·방송·스트리밍을 아우르는 ‘슈퍼 콘텐츠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특히 HBO맥스와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통합될 경우 스트리밍 경쟁력이 대폭 강화돼 업계 1위 넷플릭스와의 정면 승부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엘리슨 일가는 세계 최대급 엔터테인먼트 제국의 소유주로 올라서게 된다. 블룸버그는 엘리슨이 부친의 재정적 지원을 배경으로 대규모 차입까지 감수하며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고 전했다.
최종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합병은 미국과 유럽 반독점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0% 이하로 파악돼, 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은 비교적 무난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도 EU 승인이 쉽게 이뤄지고 요구되는 자산 처분 조치도 경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