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선을 돌파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0시 5분께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장중 한때 1,506~1,507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외환당국에 대한 경계감이 유입되며 1,490원선 아래로 반락해 서울 외환시장 야간거래는 전 거래일 주간 종가 대비 19.6원 오른 달러당 1,485.7원에 마감했다.
이번 환율 급등의 직접적 방아쇠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이다.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5% 이상 급등해 배럴당 76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배럴당 85달러를 상회했다. 유가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키우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켜 달러 강세 압력을 한층 높이는 구조로 이어졌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달러화는 2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99.685까지 오르며 전장 대비 0.9% 이상 상승해 100선을 바라봤다. 최근 한 달간 96~97선에서 횡보하던 달러 인덱스가 이란 공습 이후 단 하루 만에 98선을 넘어선 데 이어 99선마저 돌파한 것이다.
달러 강세에 주요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달러당 1.157유로로 전장 대비 1%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화도 달러당 1.329파운드로 0.8% 내렸다. 호주 달러는 전장 대비 1.5% 급락하며 낙폭이 특히 컸다.
환율 급등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직격탄이 됐다. 3월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 넘게 급락하며 6,000선이 무너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일 대체공휴일에 반영하지 못한 낙폭에 외국인 차익실현 압력이 더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며 “장 초반 방산주 신고가와 개인 중심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됐으나 기관의 순매도 전환과 함께 지지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중동 상황점검 긴급 관계부처회의’ 브리핑에서 “오늘 금융시장은 중동 사태 영향으로 위험회피 심리와 외국인 중심의 차익실현 매도세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1,500원 선이 단기적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추가 상단을 열어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1,480원대에서 1,500원 돌파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정책 대응에 막혀 번번이 실패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동 전선 확대라는 대외 변수가 야간 거래의 낮은 유동성과 맞물리며 단시간에 심리적 마지노선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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