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란한 너의 계절에’가 상징적 사물과 공간을 기억의 장치로 삼아 조성희 작가 특유의 감성 서사를 완성해가고 있다.
MBC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가 사물과 장소를 단순한 소품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설계하는 ‘기억의 장치’로 확장시키며 서사의 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연결된 인물들의 대사를 유의미하게 배치해, 시청자들이 등장하는 사물과 공간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해석하도록 만든다. 이에 ‘찬너계’ 속 오브제에 담긴 인물간 서사를 되짚어봤다.
반면 선우찬의 몸에 폭발의 흔적으로 남은 흉터 사이에 새겨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타투는 송하란이라는 존재로 인해 완성된 삶의 선택이자, 후회 없이 살아가겠다는 그의 다짐을 의미한다. 7년 전 폭발 사고 이후 송하란의 목소리와 함께 눈을 뜬 선우찬은 “관뚜껑 덮을 때 후회 없이 살자”는 다짐과 함께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제라늄과 메멘토 모리는 서로 다른 상처를 품은 두 사람을 한 지점으로 이끌며, 찬란 로맨스의 서막을 올렸다.
잠수교는 선우찬과 송하란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사적 공간이다. 7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선우찬은 이곳에서 송하란을 발견했고, 그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같은 시각, 잠수교에 울려 퍼진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를 들은 송하란 역시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강혁찬(권도형 분)을 떠올리며 멈춰 섰다.
7년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3개월이라는 기한을 두고 동네 친구가 되었고,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란과 가까워질수록 선우찬에게는 이명과 시야 이상 등 트리거 반응이 반복되고, 기억 속 또 다른 빈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찰랑이는 소리와 함께 스쳐 가는 낯선 장면들은 그가 아직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진실의 존재를 암시한다.
김나나(이미숙 분)의 열쇠 역시 의미심장하다. 지속적인 건망증과 건강 이상을 느낀 김나나는 스스로 치매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세 손녀들에게는 이를 숨긴 채 조용히 주변을 정리해 나간다. 특히 4회에서 자신의 사무실 금고 열쇠를 응시하던 그녀의 눈빛은 무언의 결단을 예고했다. 그 열쇠는 세 손녀를 홀로 지켜온 할머니이자, 1세대 디자이너로 살아온 김나나의 치열했던 시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김나나와 박만재(강석우 분)의 재회 서사 속에서 열쇠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김나나의 선택과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다.
한편 ‘찬란한 너의 계절에’ 5회는 확대 편성되어 10분 앞당긴 6일(금) 밤 9시 40분 방송된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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