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이란 전쟁 여파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이틀 연속 급등하던 환율이 소폭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중동 정세 악화가 지속되면서 야간 거래에서 다시 상승 전환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안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야간 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다시 상승 전환하며 전장 서울 외환시장 종가 대비 14.1원 급등한 1,482.2원에 마감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향후 며칠간 보복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하고, 바레인이 이란의 자국 내 정유시설 미사일 공격을 발표하는 등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라크 앞바다에서 유조선 폭발 사건까지 잇따라 보도되며 국제유가가 급등,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다시 강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9달러를 넘어 80달러 선을 위협했고, 브렌트유는 85.53달러까지 치솟으며 이번 주에만 20% 이상 폭등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 국채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달러인덱스(DXY)는 99선을 돌파했고, 장중 달러·원 환율은 1,486.4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쟁 발발 이후 환율 흐름을 돌아보면 변동폭이 얼마나 극적인지 드러난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일에는 26.4원 급등한 1,466.1원으로 장이 마무리됐고, 4일에도 10.1원 오른 1,476.2원에 마감됐다. 4일 새벽에는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 전환이 근본적인 추세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쟁 우려를 완화시키는 뉴스들이 있었기 때문에 환율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전쟁이 조기 종결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이 맞물릴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다시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전쟁이 종결돼야 기존의 1,420원대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항공사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35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더해진다. 헤지 수단이 제한적인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지난해 이미 가격 경쟁 심화로 적자가 이어진 LCC들은 고환율·고유가에 하계 시즌 경쟁 심화까지 겹쳐 삼중고를 맞게 됐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이달 전달 대비 20~30% 오른 상황이지만,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인상 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시도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5일 전 거래일보다 490.36포인트(9.63%) 급등한 5,583.90으로 마감하며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날은 장 개시 직후 매수 사이드카가 코스피·코스닥 동시에 발동됐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는 이미 8차례 발동됐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패닉셀과 추격 매수가 반복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지난 4일 증권사의 반대매매 규모도 225억원으로 지난달 평균(135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과 유가를 축으로 한 금융시장의 고변동성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