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83%나 급등하며 상승 가도를 달리던 삼성전자 주가가 ‘노조 총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 앞에서 내부 갈등이 수십조 원 규모의 생산 차질 우려로 번지는 양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예상을 웃도는 약 4만 명의 조합원이 집결했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최대 단일 노조이자 사상 첫 과반 노조로, 전체 국내 임직원(12만 8800여 명)의 절반이 넘는 7만 6400명 규모다.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에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1969년 창사 이래 두 번째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2024년 7월 25일간 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다음 달 파업으로 18일을 멈추면 18조 원의 공백이 생긴다. 이것이 수치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밝혔다. 노조는 설비 복구 비용까지 더하면 총 피해액이 3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3일 22만 45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하루 만인 24일 2.23% 하락하며 21만 9500원으로 마감했다. 파업 리스크가 부각된 24일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1조 772억 원가량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4월 둘째 주 2조 5135억 원을 순매수했다가 셋째 주 6933억 원, 넷째 주 9459억 원을 순매도하며 점차 이탈하는 흐름이다.
실제 생산 차질 신호도 이미 감지됐다. 노조 측 집계에 따르면 투쟁 결의대회 당일 야간 교대 근무 시간(23일 22시~24일 6시) 동안 파운드리 부문의 전체 생산 실적이 58.1% 급락했다. 기흥 S1(-74.3%), 화성 S3(-67.8%), 평택 S5(-42.7%)의 타격이 컸으며, 메모리 라인도 화성 15라인(-33.1%), 평택 P2D(-24.6%) 등을 중심으로 전체 생산 실적이 18.4% 하락했다.
평택·화성 사업장 비중을 감안 시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는 D램 34%, 낸드 2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는 공정 대기 시간을 놓치면 산패돼 대량 폐기해야 한다. 앞서 삼성 사측은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공교롭게도 노조가 총결의대회를 연 당일,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성적표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 6103억 원(전년 동기 대비 +405%), 매출은 52조 5763억 원(+198%)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71.5%로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65%)마저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잠정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06%, 755.01% 급등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오는 30일 DS·DX 사업부별 세부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 콜을 앞두고 있어, 사측의 파업 대응 방안에도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3월 중동발 전쟁 여파로 19.08% 급락했던 코스피는 이후 빠르게 반등해 6000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전날 코스피는 6475.63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에서 8000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하나증권(7870), KB증권·현대차증권(7500), JP모건(강세 시나리오 8500) 등 주요 증권사들도 7000선 이상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