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이 정선 아우라지에서 영월 동강을 지나 충주 목계나루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떼꾼과 강마을 사람들의 오래된 음식을 만난다.
오늘(22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75회는 ‘“굽이굽이 여울마다 삶이 흐르네” 아우라지 뗏목길 밥상’ 편이다. 돼지머리국밥과 감자붕생이, 훈연민물고기조림과 메밀국수, 생떡국과 참마자조림까지 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한 끼를 살펴본다.

산이 깊고 육로가 험했던 시절, 강은 산골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길이었다. 강원도 깊은 산에서 베어낸 나무는 뗏목으로 엮여 서울로 향했다. 떼꾼들은 거친 물살과 험한 여울을 넘나들며 목재를 운반했고, 강변 마을과 나루터에서는 길 떠난 이들을 위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시작한 여정은 조양강과 동강을 거쳐 남한강으로 이어졌다. 물길 주변에는 떼꾼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던 가족과 마을 사람들, 주막에서 끼니를 내던 이들,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밥상을 차리던 주민들이 있었다. 뗏목이 오가던 풍경은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기억은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에 남아 있다.
프리젠터 최수종이 함께하는 이번 방송은 뗏목길을 따라 서로 다른 세 지역의 밥상을 만나는 구성이다. 정선에서는 떼꾼이 돌아온 날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던 잔칫상을, 영월에서는 강에서 얻은 재료로 차린 식사를 만난다. 충주 목계에서는 나루를 떠나는 뱃사람들을 든든하게 배웅했던 음식을 들여다본다.

떼꾼들의 삶은 강의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물길에 나섰고, 무사히 돌아온 뒤에는 이웃들과 기쁨을 나눴다. 뗏목 위에서 청춘을 보낸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는 위험했던 여울뿐 아니라 고된 일을 마친 뒤 먹었던 소박한 밥 한 그릇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정선의 이균식 어르신은 스물두 살에 처음 뗏목을 탔던 이야기를 아리랑 가락과 함께 들려준다. 영월의 홍원도 어르신은 열아홉 살부터 강물 위에서 일했던 시절을 돌아본다. 충주에서는 9대째 목계리에 살아온 신관용 씨가 마을의 옛 음식을 소개한다.
각 지역의 음식에는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오래 먹기 위한 손길이 담겼다. 민물고기를 훈연해 말리거나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었다. 값비싼 재료 대신 동부로 전을 부치고, 마을에서 키우는 갓무로 김치를 담그며 저마다의 맛을 이어왔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여량면·정선읍 – 돼지머리국밥, 감자붕생이, 표고구이
조양강이 흐르는 정선읍 용탄리에는 떼꾼들이 많이 살았다. 아버지가 서울까지 떼를 몰고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험한 길을 다녀온 이를 반기고 귀환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벌어온 돈으로 돼지를 잡고 돼지머리국밥을 끓여 이웃들과 나눠 먹던 기억이 남아 있다. 감자붕생이도 밥상에 오른다. 감자 가루를 반죽해 떡처럼 익힌 뒤 삶은 감자와 함께 으깨 먹는 음식이다. 여기에 향긋한 표고구이를 곁들이면 떼꾼 마을의 잔칫상을 닮은 한 상이 완성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가족이 돌아온 날의 기쁨과 이웃들이 나누던 정이 음식에 담긴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먹골마을 – 훈연민물고기조림, 메밀국수, 옥수수밥
정선에서 출발한 뗏목이 동강을 따라 내려오던 길목에 먹골마을이 자리한다. 가파른 절벽과 산자락 사이로 강물이 굽이치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어린 시절 물살을 가르며 내려오던 떼꾼들을 바라보며 자랐다. 이제 뗏목은 볼 수 없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동강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손질했다. 물살 센 여울에서 잡아 올린 고기를 훈연한 뒤 잘 말리는 것이 마을의 비법이다. 그렇게 보관한 생선으로 만드는 훈연민물고기조림에는 강에서 얻은 먹거리를 아껴 먹던 생활 방식이 남아 있다.
메밀국수도 함께 준비한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강원도에서 효자 노릇을 했던 작물이다. 화려한 재료를 더하지 않아도 깊은 풍미를 내는 국수에는 산골 사람들이 익숙하게 먹어온 맛이 담겼다. 강에서 건진 물고기와 밭에서 거둔 메밀이 한 상에서 만난다. 영월의 마지막 떼꾼 홍원도(93) 어르신은 열아홉 살부터 뗏목을 타며 청춘을 보냈다. 끼니는 강변 주막에서 해결했다. 옥수수밥에 나물과 풋고추를 곁들인 밥상이 전부였지만, 고된 일 끝에 먹는 음식은 꿀맛이었다. 어르신은 7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한 끼를 마을 사람들과 다시 차려 맛본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 생떡국, 참마자조림, 동부전, 갓채
영월의 서강과 동강이 합쳐진 물줄기는 남한강이 되어 서울로 흐른다. 그 길에 충주시 엄정면 목계나루가 있다. 떼꾼과 뱃사람, 각지의 물건을 실은 배들이 드나들던 내륙의 큰 항구였다.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던 나루의 풍경은 달라졌지만, 마을에는 오랜 물길의 기억을 지키는 이들이 남아 있다. 9대째 목계리에서 살아온 신관용(73) 씨는 마을에서 먹어온 옛 음식을 소개한다. 생떡국은 나루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른 아침 떠나는 떼꾼과 뱃사공들을 위해 끓였던 음식이다. 길을 나서기 전 속을 채워주던 한 그릇에는 먼 여정을 앞둔 사람들을 배웅하는 마음이 담겼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는 강에서 흔히 잡히던 참마자로 조림을 만들었다. 제사나 명절에는 비싼 녹두를 대신해 동부로 전을 부쳤다. 주변에서 구한 재료를 형편에 맞게 활용하며 강마을의 밥상을 이어온 것이다. 목계리에서 키운다는 갓무로 담근 갓채도 별미이다. 생떡국과 참마자조림, 동부전에 갓채까지 더하면 쉽게 만나기 어려운 목계의 한 상이 차려진다. 수많은 배가 오가던 시절은 멀어졌어도 남한강을 곁에 두고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은 밥상 위에 남아 있다.
‘한국인의 밥상’ 775회 방송시간은 22일 저녁 7시 40분이다.
김민주 기자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