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답게, 그리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배우 김규리 [인터뷰]

허정은 기자
2026-09-04 14: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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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계절을 받아들이고, 매 순간 자신을 성장시키며 살아가는 배우 김규리가 bnt와 만났다.

‘미인도’부터 ‘그린마더스클럽’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보여준 김규리. 배우를 넘어 한국화와 유튜브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유튜브 ‘김규리 TV 몹시’를 하고 있다. 원래 토요일에 라이브를 했는데 지금은 토요일, 일요일에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갑자기 호랑이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서 호랑이 큰 작품 하나를 그리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작품은 다 기억에 남는다. 어떤 작품은 ‘이걸 좀 더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가서 너무 수월했던 작품도 있다. 나는 잘한 것도 곱씹고, 잘 못했던 것도 왜 그랬을까를 두고두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게 되게 고집이었던 거구나, 그것만 좀 더 풀고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Q. 그런 생각들이 이후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주나

“반성의 시간은 그 시간으로 끝나는 거다. 그렇게 하고 나면 몸에 체득이 된다. 몸에 깊이 새겨놓는 거라서 오히려 현장에서 ‘이건 하지 말아야지, 저건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자유롭지 못한다. 이미 몸에 체득이 됐기 때문에 새로운 현장은 새롭게 받아들이고, 처음으로 느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춤이나 액션처럼 몸 쓰는 걸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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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송강호 선배다. 그냥 그 선배의 연기 호흡법은 좀 다른 것 같다. 제가 아무리 배운다고 해서 제 호흡으로는 안 되겠지만, 그런 배우님 옆에 있다 보면 그 호흡법을 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말의 숨이나 리듬이 우리하고 조금 다르다. 그게 잘 계산이 안 되는 독특한 호흡법인 것 같다.”

Q. ‘미인도’를 계기로 시작한 그림이 개인전까지 이어졌는데, 한국화는 어떤 의미인가

“배우는 작가와 연출자의 생각을 해석해 표현하는 직업이라면, 그림은 온전히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 배우로서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표현해왔지만, 그럼에도 자아가 점점 커지면서 그걸 풀어낼 곳이 없으니까 자꾸 캔버스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화는 우리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와 잘 맞다. 일기를 쓰듯 내 생각을 그림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화가 나에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Q.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

“나는 표현하는 직업을 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연기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춤추고, 글을 쓰는 것도 결국 표현하는 일이다. 앞으로는 개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직접 표현하고 보여주는 일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봉사활동이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해왔지만 그동안은 굳이 알리지 않고 했다. 그러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게 된 마음과 그 과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는 봉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함께 손을 보태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Q.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있다면

“네팔에서 그림 봉사를 했다. 랑탕이라는 지역에 초등학교를 하나 짓는 봉사였는데, 나는 벽화를 맡았다. 아이들과 손을 찍어서 그림을 만들었는데, 손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까 좋았다.”

“네팔 아이들은 바다를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래를 그렸다. 고래라는 말도 없는 곳이라 아이들에게 고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주면서 같이 그렸다. 아이들이 나중에 그 그림을 보면서 ‘우리 그림이다’라고 생각하고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Q. ‘김규리TV몹시’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몹시라는 말이 뭔가를 굉장히 하고 싶어 하는 상태를 표현한다. 애가 타서 여기까지 온 것 같은 느낌도 있고, 그 안에 열정이 느껴지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흔히 쓰는 말은 아니지만 누구나 뜻을 알고 있는 단어라 좋았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몹시’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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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은

“잠을 계속 잔다. 자고 일어나서 먹고, 또 자고 먹는다. 연예인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오히려 그런 걸 한다. 사람마다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힘들 때는 그런 것들을 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먹고 자면 붓기도 하지만, 그걸로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원래의 텐션으로 돌아온다.”

Q. 연예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싶나

“그냥 사람이다. 인기 역시 영원할 수 없고,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각자의 계절이 있다고 생각한다. 꽃이 피는 시기가 있으면 지는 시기도 있는 것처럼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연예인이라고 늘 연예인처럼 살 필요도 없다. 카메라 앞에서만 연예인이면 되고, 그 밖에서는 자연스럽게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Q.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친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웃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 편안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지 않나. 쉬고 싶을 때 찾게 되고, 또 ‘저 사람에게는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Q. 김규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나’다. 두 음절로 표현한다면 ‘노력’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하면서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사람이 아닌 적이 있었다. 혼자 밖에 나가는 것도 불안할 정도였는데, ‘이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뒤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며 나를 많이 훈련했다. 삶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당장 답을 내리기보다 화두처럼 두고두고 생각하며 하나씩 풀어가는 편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강. 건강이 최고다. 돈 많은 사람도 돈이 없는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나이가 적은 사람도 나중에는 딱 한 가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고생한다. 그래서 건강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열정이 많다고 항상 열정이 많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열정도 에너지다. 에너지가 있어야 에너지를 쓰는 거다. 근데 나는 에너지는 건강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주어진 에너지의 총량이 이만큼이라면 이걸 어디에 쓸 건지는 잘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일을 하고 집으로 숨는다. 집에서 푹 쉬다가 일할 때만 짠 나타나서 일하고, 또 집으로 가서 무조건 쉰다. 각자 자기 삶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후에, 필요한 곳에 열정을 쏟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연기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림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온 김규리. 삶의 모든 계절을 받아들이고, 필요한 곳에 자신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으며 오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김규리의 다음 계절은 또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더욱 기대된다. 

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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