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피렌체의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바쁘게 살다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을 닮았다. 중년의 삶이 그렇듯, 선택의 의미는 늘 지나고 나서야 보인다.
김민종이 연기한 인물은 더 잘해보려 애쓰지 않는다. 속도를 늦추고,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피렌체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눈빛으로 보여준다. 선택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이 영화가 전하는 얘기는 성공 이야기가 아니다. 잘 버텼다는 위로도 아니다. 되돌릴 수 없어도 지금의 나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얘기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남는다. 나도 너무 애쓰며 살았구나. 잠깐 멈춰도 되겠구나.
피렌체는 말하지 않지만 이렇게 다가온다. 계속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불이 꺼진 극장에서 잠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은 날, 피렌체는 그 자리에 어울린다.
중년의 어느 하루, 이 영화는 조용히 내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더, 극장에서 보고 싶어진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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