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부천FC, 18년만 K리그1 승격

박지혜 기자
2025-12-09 07:32:46
기사 이미지
부천FC, 18년만 K리그1 승격

프로축구 K리그2 부천FC가 창단 18년 만에 역사적인 1부 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구단이 마침내 K리그1 무대를 밟게 되면서 감동적인 스토리를 완성했다.

부천은 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수원FC를 3-2로 격파했다. 지난 5일 1차전 1-0 승리에 이어 합산 4-2로 승리하며 2025시즌 K리그1 티켓을 손에 쥐었다. 반면 올해 K리그1 10위로 추락한 수원FC는 2020년 이후 6년 만에 2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비기기만 해도 승격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부천은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반 14분 브라질 출신 공격수 바사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을 넣은 바사니는 승격의 일등 공신으로 우뚝 섰다.

기세를 탄 부천은 전반 23분 김규민의 과감한 돌파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들어서도 부천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시작 단 9초 만에 갈레고가 벼락같은 쐐기골을 터뜨리며 3-0으로 앞섰다.

수원FC는 후반부터 올 시즌 득점왕 싸박을 투입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후반 37분 최치웅의 중거리슛으로 한 골을 만회했고, 경기 종료 직전 싸박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지만 이미 크게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천FC의 승격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감동적인 스토리다. 2006년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로 연고지를 옮기자 이듬해 부천 지역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민구단을 창단했다. 2008년부터 K3리그(세미프로)에서 출발한 부천은 2013년 K리그2가 출범하면서 프로 무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승격의 길은 험난했다. 부천은 K리그2에서 12년간 중하위권을 오가며 1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6년에는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강원FC에 후반 추가시간 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탈락한 아픈 기억도 있었다.
기사 이미지
부천FC, 18년만 K리그1 승격

올 시즌 부천은 정규리그에서 19승 10무 10패를 기록하며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올랐다. 이후 성남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0-0 무승부로 승강 PO에 진출했고, 수원FC를 상대로 1·2차전 모두 승리하며 마침내 꿈의 무대에 올랐다. K리그2 원년 멤버 중 광주FC, 수원FC, FC안양에 이어 마지막으로 1부를 경험하게 됐다.

승격의 중심에는 이영민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다. 2021년부터 부천을 이끈 이 감독은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조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팀 운영을 펼쳤다. 지난해 선수 연봉 지출이 K리그2 13개 팀 중 10위였고, 올해 예산도 약 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열악한 환경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내 축구 인생 최고의 날이라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수행을 잘해줬다. 승격할 수 있었던 요인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수들”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제한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부천의 외국인 선수들은 탁월한 활약을 펼쳤다. 바사니는 정규리그에서 14골 6도움을 기록했고, 몬타뇨는 12골 2도움으로 ‘쌍포’ 역할을 해냈다. 특히 바사니는 승강 PO 1·2차전 모두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승격의 영웅이 됐다.

반면 수원FC는 6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되는 뼈아픈 결과를 맞았다. 2023년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승강 PO에서 승리해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던 수원이지만 이번에는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 수원삼성이 제주와의 승강 PO에서 패한 데 이어 수원FC까지 강등되면서 내년 시즌 K리그2에서는 수원 더비가 펼쳐지게 됐다. 수원에서는 K리그1 경기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사 이미지
부천FC, 18년만 K리그1 승격 (사진=연합뉴스)


부천의 K리그1 승격은 시민구단의 지속적인 노력과 안정적 운영의 결실로 평가된다. K리그2 팀이 승강 PO를 통해 승격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2025시즌 K리그1에서 부천FC가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