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동네한바퀴' 오산 마늘족발·햄버거

장아름 기자
2026-01-31 09:00:02
기사 이미지
'동네한바퀴' 경기도 오산시 편, 맛집

경기 남부의 교통 요충지이자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품은 도시 오산시. 1905년 경부선 기차의 기적 소리와 함께 오산역이 들어서며 경기 중남권의 심장으로 힘차게 뛰어온 곳이다. 비록 면적은 넓지 않지만, 골목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과 급변하는 현대의 시간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화려한 성장 뒤편,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나눔과 배려, 끈끈한 가족애라는 보물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동네의 풍경이 정겹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인생의 봄날을 준비하는 사람들.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에 더욱 단단해지는 삶의 가치를 지켜가는 이들이 있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55회는 맞잡은 두 손의 따스함으로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을 엮어가는 경기도 오산시의 다정한 골목으로 떠난다.

기사 이미지
오색시장 마늘족발·햄버거 '동네한바퀴' 

▶ 마늘족발, 오색시장엔 칠공주가 산다 

오산에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오색시장. 시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안다는 유명한 맛집이 있다. 박경순, 김진욱 부부의 족발집이다. 이 가게의 최고 인기 메뉴는 바로 마늘족발! 각종 약재와 함께 2시간 넘게 푹 끓인 족발에 볶은 마늘과 채소를 넣고 새콤한 소스에 버무려 내놓는다.

기사 이미지
오색시장 마늘족발·햄버거 '동네한바퀴' 

이 메뉴 덕에 가게는 매일같이 문전성시다. 하지만 이 요리 외에도 유명한 이유가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매일 돌아가며 가게 일을 돕는 칠공주들! 아들을 낳아야 할 책임이 있었던 맏며느리 경숙 씨가 세 아이를 등에 업고서 족발을 삶으며 키워온 지 30년. 아기 때부터 맡아왔던 족발 냄새가 싫지도 않은지 장성한 칠공주들은 3명씩 돌아가며 가게를 지키고 있다. 장녀인 김승수 씨는 아예 가게를 물려받겠다며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든든한 딸들을 먹여야 했기에 건강에 좋은 채소를 듬뿍 넣고 개발했다는 마늘족발. 가족들의 마음이 푹 우러난 마늘족발 한 점을 먹어 본다.

기사 이미지
마늘족발·미국식 햄버거 '동네한바퀴' 

▶ 서로의 행복을 엮어가는 뜨개질 모녀

오산 원동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선 매일 패션쇼가 벌어진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는 천애숙, 김가연 모녀가 그 주인공. 패션쇼에 올라가는 뜨개옷은 딸 가연 씨가, 천 옷은 35년 재봉질로 단련된 애숙 씨가 만든 작품이다. 매일 가게에서 함께 옷을 만들고 팔고 있는 두 모녀지만 2년 전만 해도 상상 못 했을 상황이란다. 17살부터 35년간 매일 재봉틀 앞에서 죽도록 일했던 애숙 씨가 도무지 이해 가질 않았다는 가연 씨. 그랬던 그녀가 결혼하고 아들을 키울 무렵, 애숙 씨에게 신장암이 찾아왔다. 병간호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함께 뜨개질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 이제야 가연 씨는 말한다. “엄마를 이해하겠다”라고. 멀리 떨어져 있던 애숙 씨와 가연 씨의 마음은 이제 바늘과 실 주는 색색이 행복들로 촘촘히 엮여있다.

기사 이미지
마늘족발·미국식 햄버거 '동네한바퀴' 

▶ 미국식 햄버거, 미8군 별들에게 대접한.

미국에서 건너온 각종 소스와 양념들이 가득한 주방에서 두툼한 수제 패티에 치즈를 녹여 완성한 햄버거. 임도현 씨가 평택의 미군 부대에서 7년간 근무하며 배운 미국의 가정식 맛이다. 그 맛은 미8군 장성들과 부대에 방문한 귀빈들에게도 대접할 정도였다는데.

기사 이미지
'동네한바퀴' 

이뿐 아니라 인도, 멕시코 등 다국적 장병들의 입맛도 사로잡았었단다. 이토록 잘 나가는 셰프였던 도현 씨는 왜 오산에서 식당을 하게 되었을까? 2년 전, 직업병인 목디스크 수술을 하다 심정지가 왔던 도현 씨는 재수술 후 4개월 만에 식당을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찾아온 한 깨달음 때문이라는데…

기사 이미지
미니어처 '동네한바퀴' 

▶ 미니어처에 담아낸 인생 동화

오산동의 한 공방에선 매일 같이 톱질 소리가 들린다. 슬근슬근 소리를 따라 들어가면 별세상이 펼쳐진다. 빵집부터 서점, 미용실, 주점, 골목길까지. 한 마을이 공방 안에 있다. 건물들의 크기는 두 뼘 남짓, 모두 정금숙 씨가 직접 만든 미니어처들이다. 20년 전 미국에서 처음 미니어처를 접했던 금숙 씨. 전시회를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져 평생 가족들을 위해 집안일을 했던 손으로 톱과 붓을 잡고 밤낮으로 작업했단다. 그렇게 지금까지 만든 미니어처 개수만 수십 개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금숙 씨는 선인장 가게에서 외국으로 간 딸과 만나고 잡화점에서 좋아하는 빈티지 소품들을 팔아본다. 이렇듯 금숙 씨의 행복한 상상을 담아 하나하나 동화책 써 내려가듯 만든 미니어처들을 만나본다.

기사 이미지
서랑동 콩죽 '동네한바퀴' 

▶ 서랑동 콩죽에 담긴 아들의 마음

오산에서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오지인 서랑동. 그곳에서 굴뚝에 매일 연기가 끊이지 않는 고택이 하나 있다. 94세 노모를 모시고 사는 최인식 씨의 집이다. 행여 어머니가 밤에 춥기라도 할까 매일 이불 속을 확인하고 장작을 팬다는 인식 씨. 이가 성치 않은 어머니도 드실 수 있는 두부와 달걀로 요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처럼 장남인 인식 씨는 30년 전부터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70년간 6남매를 키우기 위해 매일 등허리에 소금꽃이 피도록 일했다는 어머니 김복금 씨. 산을 날아다니는 천하장사였던 복금 씨는 어느새 화장실도 가기 어려울 정도로 노쇠해졌단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인식 씨는 특별한 보양식을 준비했다. 홀아비밤콩을 짠 콩물에 쌀을 넣고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푹 끓인 콩죽. 추운 겨울, 정성스레 만든 죽 한 그릇만큼 몸을 따스하게 데우는 음식이 또 있을까?

기사 이미지
'동네한바퀴' 오색시장 마늘족발·미국식 햄버거·서랑동 콩죽

시장을 지키는 일곱 자매의 우애부터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하나가 된 모녀, 그리고 늙으신 어머니를 위해 뜨끈한 콩죽을 끓이는 아들의 지극한 효심까지. 차가운 겨울바람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훈훈한 온기로 바뀐다.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오산의 겨울을 따스하게 데운다. 함께의 가치가 빛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제355화 ‘함께라서 좋다 – 경기도 오산시’ 편, 방송 시간은 2026년 1월 3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