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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특집 다큐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기’

김민주 기자
2026-03-01 11: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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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기' 

MBC가 1일 방송한 3·1절 특집 다큐멘터리 ‘84년의 기다림,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기’는 차디찬 바닷속에 수장된 채 잊혀 갔던 조선인 강제 동원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넋을 기리고, 유해 발굴을 위한 집념 어린 사투를 조명했다.

지난 1월 13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 앞바다에 있는 조세이 해저 탄광에서 수몰된 조선인들의 신원 확인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큐멘터리는 한일 양국 정상의 상징적인 합의 배경에 84년 전 발생한 끔찍한 참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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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기' 

1942년 2월, 조세이 해저 탄광에서 발생한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총 18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잊힐 뻔했던 그날의 비극은 1991년 결성된 일본 시민 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다큐멘터리는 유골 발굴과 봉환을 위해 수십 년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이들의 숭고한 집념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위치했던 해저 탄광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부족한 석탄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개발되었다. 1942년 2월 3일 오전 9시경, 갱도 위쪽 암반이 무너지며 바닷물이 거세게 스며드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갱내에는 주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었다. 일본 탄광 회사 측은 추가적인 해수 유입으로 전체 탄광이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존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주 갱구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총 183명의 노동자가 수몰되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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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기' 

사고 직후 탄광 측은 진상을 은폐하려 했으며, 희생자들의 유해는 바닷속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일본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잊혀가던 이 비극은 1990년대 들어 양심 있는 일본 시민들과 재일교포, 한국 유족들의 연대 속에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새기는 모임' 등의 꾸준한 노력으로 2013년 우베시 해안에 추모비가 건립되었으며, 수몰 사고의 진상 규명과 유해 발굴, 고국 봉환을 촉구하는 한일 시민 연대 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방송은 80여 년 만에 갱구의 문이 발견된 후 본격화된 유골 수습 과정의 험난함을 집중 조명했다. 일본인 잠수사 ‘이사지 요시타카’를 필두로 다국적 잠수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속 갱도로 진입했다. 마침내 지난해 8월, 한국인 잠수사 김경수, 김수은 씨가 어두운 갱도 안에서 첫 유골을 발견해 내며, 실제 희생자들이 그곳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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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3·1절 특집 다큐 '84년의 기다림,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기' 

이어 올해 2월 추가 수색을 위해 6명의 잠수사가 우베 앞바다에 모였다. 다큐멘터리는 붕괴 위험과 시야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 희생자들을 모셔 오기 위한 잠수사들의 위험천만한 다이빙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대만 잠수사 1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방송은 국내 다큐멘터리 최초로 긴박했던 유해 발굴 상황과 참혹한 사건 현장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잠수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겼다.

이번 유해 발굴 작업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시작점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양국 정상이 조세이 탄광 문제를 공동 논의하기로 한 만큼, 다큐멘터리 '84년의 기다림,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기'는 깊은 슬픔의 바다를 건너 한일 간 진정한 화해의 미래로 나아갈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