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구교환의 “나는 괴물이 아니다!”라는 포효 엔딩이 안방극장에 전율을 일으켰다.
이런 괴물 같은 이상한 소리에 변은아는 하이파이브로 응해주고,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러더니 황동만이 “천 개의 문이 활짝 다 열려 있는 사람 같다”며, 그가 쓴 시나리오의 주인공보다 훨씬 더 동물적이고 멋지다는 솔직한 ‘리뷰’를 말해줬다. 숨기려 했던 황동만의 파괴적 본성이 사실은 솔직하고 생동감 넘치는 ‘인간미’였음을 알아본 것. 칭찬이 낯선 황동만의 눈이 렉에 걸린 듯 끔뻑였지만, 감정 워치는 또 한 번 초록불로 점멸했다.
박경세(오정세)는 다섯 번째 영화 ‘팔 없는 둘째 누나’가 폭망, 나락 속에 허덕였다. 주연 배우 장미란(한선화)은 “감독님은 데뷔작이 제일 나았던 것 같다”며 쐐기를 박더니, 무대인사 대기실에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등 왕따 신세가 됐다. 절망에 빠진 박경세는 지리산을 오르며 영화 악평 하나하나를 중얼중얼 외면서 꼭꼭 씹어 삼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비수 같은 평들이 꼬리표처럼 평생을 따라다닐 것 같았다.
그렇게 8시간이나 삼켜내고 정상에 올라 어느 정도 덤덤해졌는데, 박경세가 끝내 알게 된 건 자신이 씹어 삼킨 댓글 삼분의 일이 바로 황동만이 쓴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8인회 탈퇴를 선언한 박경세가 단톡방에 다시 들어와 있는 줄 모르고 황동만이 신나게 깐 메시지 폭탄이 동일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았다. 박경세는 한껏 신이 난 황동만에게 생고생해서 영화 한 편 만들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만든 영화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조리돌림을 경험해보지 않은 그가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낫띵(Nothing)”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자신의 무가치함을 직격 당한 황동만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인간 답게 친절하라”는 선배감독 박영수(전배수)의 타이름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엄청 온순한 리트머스지 같은 사람이라 호소도 해봤지만, 누구도 변은아처럼 그를 알아 봐주지 않았다.
그 치졸한 속내를 정확히 파악한 변은아는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맞섰지만, 가슴에 염산을 뿌린듯한 쓰라린 고통에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코피를 쏟아냈다. 그때, 감정은 의지로 못 바꾼다며, 우울할 땐 길바닥에 떨어진 오백 원이라도 주워야 한다는 황동만의 말이 스쳤다.
자신이 ‘괴물’인지 혹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Nothing)’인지 그 사이에서 방황하던 황동만에게, 3회 엔딩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됐다. 변은아를 향해 무섭게 달려오는 차를 발견한 순간, 황동만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황동만은 “나는 파괴적인 인간이 아니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라고 목놓아 포효하며, 스스로를 묶었던 혐오의 사슬을 끊어냈다.
그런 황동만에게 오백 원 뭉치를 높이 치켜들며 “집이 어디에요? 오백 원 뿌려 줄게요!”라며 응원한 변은아. 서로의 가치를 발견하며 서로에게 파워가 돼 줄 두 사람의 향후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모자무싸’ 4회는 오늘(26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송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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