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새벽(현지시각) 한국행 전세기에 탑승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이는 한 국가에서 한꺼번에 송환하는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테초 국제공항에서 18일 오전 1시 15분(한국시간 오전 3시 15분)께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세기에는 송환자 64명과 함께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동승했다.
송환자들은 프놈펜 이민청에서 대형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으며, 테초 국제공항에서는 일반 입국장이 아닌 보안시설을 통해 직접 전세기에 탑승했다. 이들은 전세기에 오르자마자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고 기내에서 즉시 체포됐다.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는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적기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한국 영토로 볼 수 있어 탑승 후 체포영장을 집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송환자 대부분은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신분이며, 일부는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현지 법원은 자진 귀국을 거부한 일부 한국인들에 대해 강제 추방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서 200억원대와 10억원대 피해를 낸 조직에 연루된 인물들도 있다”며 “구체적 역할과 조직 내 비중은 국내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미끼로 캄보디아로 건너간 한국인들이 감금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만 330건에 달해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살해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22)를 현지로 보낸 혐의로 대포통장 모집책 20대 A씨가 경북경찰청에 검거됐다. A씨는 알선책 홍모씨(20대·구속)로부터 박씨를 소개받아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캄보디아로 출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합동대응팀은 박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오는 20일 프놈펜에서 한국과 캄보디아가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공동 TF를 구성해 수사 과정에서 정보와 증거를 공유할 방침이다. 박씨 시신은 부검 후 현지에서 화장을 거쳐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해외에서 한국인 범죄자들을 전세기로 집단 송환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로,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송환 작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