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꼬무’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교통 참사인 ‘서해대교 29중 연쇄 추돌 사고’를 다루며 그날의 공포와 참혹함을 생생히 전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연출 이큰별, 이동원, 김병길 ‘이하 ‘꼬꼬무’) 203회는 ‘미스트 : 2006 서해대교 연쇄 추돌사고’로 가수 아일릿 윤아, 배우 윤현민, 이서환이 리스너로 출연해 ‘서해대교 29중 연쇄 추돌사고’ 생존자, 유가족, 구조대원의 증언을 공개했다.

2006년 10월 3일은 개천절이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징검다리 연휴의 첫날이었다. 서해대교에는 새벽부터 짙은 안개가 깔렸고, 사실상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오전 7시 40분경, 다리 한복판에서 최초 추돌 사고가 발생했고, 불과 몇 분 만에 사고 차량은 수십 대로 늘어났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영화 속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었다”고 오열했다.

발단은 작은 접촉 사고였다. 25톤 트럭이 앞서 가던 1톤 트럭의 후방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서해대교 상행선 2차선과 3차선이 가로막혔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미처 멈추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들이받았다. 그 중에는 서산에서 서울로 귀가하던 조 씨 부부의 차량도 있었다. 조 씨가 차량에서 내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던 순간, 신차 5대를 실은 대형 탁송 트레일러가 안개 속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때 조 씨는 트레일러 바퀴 틈에 다리가 끼는 큰 부상을 입었다.

뒤이어 달려온 고속버스가 탁송 트레일러와 충돌하고, 그 옆에서 대형 탱크로리가 앞 차와 부딪히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버스의 유일한 출입문을 탱크로리가 막아버린 것. 심지어 탱크로리는 폭발 위험까지 있었다. 윤아는 “나라면 너무 놀라서 현장에서 기절했을 것 같다”라며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앞차를 충돌한 화물트럭의 엔진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불길은 버스까지 번졌다. 민구 엄마가 아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던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담요와 이불로 몸을 덮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끌어냈던 것.
하지만 그 시각 119구조대는 짙은 안개와 갓길을 점령한 일반 차량들 때문에 도착이 지연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소방차 뒤를 바짝 따라붙는 얌체 차량과, 구경하는 차들로 진로가 끊임없이 방해됐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60kg이 넘는 장비를 둘러메고 도보로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색을 이어갔다. 하지만 뒤늦게 도착한 현장에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자는 없었다. 일부 차량에서는 이미 백골화된 시신이 발견됐다. 윤아는 “끔찍하다”며 충격을 받았다. 민구는 구급차 안에서만 50분이 넘는 시간을 보냈고, 결국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사망했다. 전신 3도 화상으로 구조된 또 다른 생존자 역시 가족의 사망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이 사고로 12명의 사망자와 5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도로 전광판에는 ‘안개주의’ 문구만 있을 뿐이었다. 사고 이후 유족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안개는 자연현상으로 예측이 어렵다고 공사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해대교 참사가 벌어지고 9년이 지난 2015년, 인천 영종대교에서 또 다시 안개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6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이유로 비극적인 참사가 반복됐다.

‘꼬꼬무’ 제작진은 19년이 흐른 지난 9월, 서해대교 추돌사고 피해자 조 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13시간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고 남편마저 잃었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 3MC는 “서해대교 참사는 양심을 저버린 개인들, 국가 안전 시스템 부재가 만든 명백한 인재”라고 일침을 가하며 “안일함과 부주의로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너무 슬퍼서 눈물 나”,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 구하러 다닌 슈퍼맨 같은 분께 내가 다 고마움”, “눈 앞에 있던 사람을 못 구해서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구조대원 분의 말이 마음에 콕 박힌다”, “사고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너무 충격적”, “안개에 의한 사고 예방이 미뤄지다 더 큰 사고가 난 뒤에 예방책이 마련됐다는 게 안타깝다”, “서해대교 사건 이후 영종도 106중 추돌사건이 또 생길 때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었다는 게 화가 나” 등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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