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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3’ 미술의 모든 것

박지혜 기자
2025-12-30 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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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3’ 미술의 모든 것

SBS '모범택시3’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미장센으로 매회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선 김보영 미술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모범택시3' 미술의 모든 것을 전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3'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최근 방영된 12화가 최고 시청률 19.1%, 수도권 15.2%를 기록하면서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마의 20%를 향해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49 시청률이 최고 5.57%, 평균 4.9%로 10월부터 지금까지 방송된 모든 방송 중 1위를 차지, 하반기 최고 화제성을 일으킨 드라마의 저력을 입증했다.

그런가 하면 '모범택시3'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미장센으로 주목받으며 이른 바 '완성형 시즌'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에 드라마의 비주얼적 요소들을 책임지는 미술 팀의 김보영 감독이 '모범택시3'의 작업 비하인드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모범택시2'에 이어 '모범택시3'에 재 승선한 김보영 미술감독은 “‘모범택시’를 시청자로서도 재밌게 봤기 때문에, 두 시즌을 연이어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특히 '모범택시3'는 강보승 감독님과 에피소드별 콘셉트, 키 컬러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 어떤 드라마보다 즐겁게 작업했다”라고 남달랐던 팀워크를 자랑했다. 

또한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는 호평에 대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라고 주변 반응을 전하면서도 "감독님이 연출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미장센들이 분명했다. 미술뿐 만 아니라 조명, 촬영 등 모든 파트가 의도된 미장센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범택시3' 팀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김보영 미술감독은 이번 시즌 미술 콘셉트에 대해 “회차마다 키 콘셉트와 컬러를 설정한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1~2화는 야쿠자의 이레즈미 문신과 청춘, 바다 등을 떠올리게 하는 ‘파랑’, 3~4화는 강렬한 명암의 대비와 양면성을 뜻하는 ‘흑과 백’으로 잡았다”라고 설명하며 “이를 위해 세트와 소품 세팅을 할 때도 원하는 컬러의 물건을 배치하기 위해 미술, 소품 팀이 신경을 많이 썼다.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미술적으로도 차별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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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3’ 미술의 모든 것

하지만 각 시즌의 연속성을 챙겨, '모범택시' 세계관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 특히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지하 정비실은 '모범택시2' 종영 후 세트를 철거하고 다시 지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즌을 그래도 옮겨 놓은 듯한 디테일로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보영 미술감독은 “지하 정비실의 경우 기존 도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료가 미흡한 부분도 있어, 지난 시즌을 샅샅이 돌려보며 철저하게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정비 공간이나 도기의 출동 공간, 조명 여건 등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은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다. 실제로 시즌3의 키 컬러인 빨간색으로 정비실에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라면서 '모범택시3'만의 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김보영 미술감독은 '모범택시3'에서 가장 뿌듯했던 장면을 5화의 요양원 씬으로 선택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5화 중 요양원에서 시계방으로, 시계방에서 야외로 이어지는 장면이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박동수(김기천 분)의 머릿속처럼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장면을 만들고자 함이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요양원 병실과 시계방을 세트로 제작했고, 시계방 앞에 골목과 요양원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시계방은 박동수의 머릿속 같은 ‘망각’의 공간이라 상상하며, 골목에서부터 점점 좁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디자인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피노키오를 아끼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모티브로 해 나무 재질을 많이 사용하고, 피노키오 인형도 배치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연출의 의도, 글과 말로 표현된 의미와 상징들을 공간으로 번안해 내는 것이 재미있었고 결과물도 뿌듯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범택시3’만의 특별한 재미포인트는 바로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와 대적하는 강력한 빌런 라인업. 앞서 연출을 맡은 강보승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는 빌런 캐릭터 구축에 공들였다.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사건의 배경이 되는 빌런들의 공간을 연출할 때도 미술적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라고 밝힌 만큼, 김보영 미술감독 작업 후기 역시 기대를 모으는 상황.

이에 김보영 미술감독은 “첫 번째 빌런인 마츠다(카사마츠 쇼)는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라는 콘셉트로 푸른색 베일, 온천의 증기, 긴 동선 등을 통해 접근이 어려운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특히 료칸에서 이서(차시연 분)를 가둔 공간이 일반적인 감금방이 아닌 드레스룸 설정이었는데, 일부러 마네킹과 푸른 옷들을 배치해 으스스한 공간으로 세팅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시윤이 열연을 펼친 '차병진'의 콘셉트에 대해 “차병진은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두 얼굴의 야누스’를 콘셉트로 잡아 노블레스 상사의 로고를 디자인했다. 이 빌런의 경우,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중요했기에, 감독님이 고른 장소들도 직광과 그림자를 살릴 수 있는 장소들이었다. 이를 위해 도화지처럼 깔끔한 미니멀리즘의 공간, 그림자가 투영되기 좋은 광택감 있는 재질의 소품을 사용했다”라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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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3’ 미술의 모든 것 (사진=SBS)

희대의 사이코패스 빌런이었던 천광진(음문석 분)에 대해서는 “천광진이 등장한 장소들은 폐수영장, 실내 낚시터, 폐교처럼 물이 고여 있거나 오래되어 썩어 있는 공간들이었다. 인물의 ‘부패함’을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연출 의도가 있었기에, 기존 공간보다 더 지저분하고 냄새가 날 것 같은 공간으로 세팅했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K-POP 아이돌계를 배경으로 한 레전드 빌런 강주리(장나라 분)에 대해서는 “강주리는 겉보기엔 성공적이고 연습생들의 꿈과 희망을 북돋아 주는 언니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사무실 자체도 번듯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꾸몄다. 감독님이 70년대 음악 산업의 분위기를 요청하셔서 레트로한 무드를 가미했는데, 꿈꾸는 듯한 따뜻한 분위기와 어울렸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누구나 갖고 있는 꿈과 소망, 별이 빛나는 밤’을 표현하고자 보라색과 노란색이라는 키 컬러를 설정하고 다양한 무대를 담았다. 미술과 음악이 결합된 에피소드라 어느 때보다 즐길 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라고 비화를 전해 해석의 재미를 더했다.

이처럼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미장센으로 본방 시청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는 '모범택시3'가 남은 4회에서는 어떤 볼거리를 선사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3’는 오는 2026년 1월 2일(금) 밤 9시 50분에 13화가 방송될 예정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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