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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시세 사상 최고치…전망은?

서정민 기자
2026-01-27 07: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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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시세 사상 최고치…전망은? (사진=픽사베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 가격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달러화 약세 우려 속에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26일 오전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같은 날 장중 5110.50달러까지 치솟았다. 2024년 1월 2000달러 남짓이던 금값은 2년 사이 2.5배가량 급등했다.

은값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은 현물 가격은 24일 처음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넘어선 뒤 26일 117.69달러로 고점을 높였다. 2024년 1월 20달러 초반대였던 은값은 2년 만에 5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은 선물은 이날 한때 15% 급등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컴퍼니스마켓캡닷컴 집계에 따르면 금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현재 약 35조2000억달러로 시총 1위 기업인 엔비디아(4조5000억달러)의 8배에 육박한다. 은의 글로벌 시총도 약 6조달러로 엔비디아를 넘어섰다.

금융시장에서 “자신감의 반대말”로 불리는 금·은은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될 때 투자자들이 찾는 대표적 헤지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허 행보가 최근 귀금속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 미군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했고, 17일에는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10%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대서양 무역전쟁’ 우려를 키웠다.

특히 9일 미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은 “미국 신용도를 추락시키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는 최악의 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을 줄이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또는 ‘셀 아메리카’ 흐름이 강화되며 금·은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 중앙은행도 달러화 편중 자산을 다변화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금 보유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현재 97.133으로 최근 1년간 약 9.5% 하락했다.

세계금위원회(WGC) 존 리드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초고액 자산가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에서 특히 통화가치 하락과 미국 국가부채 리스크 논의가 매우 많다”며 “이런 기관들은 단기 시세차익보다 세대를 넘어서는 자산 보호를 최우선에 둔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금·은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금과 은은 이자를 주지 않는 무수익 자산이어서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반대로 가격이 오른다.

연준은 2024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금리를 1.75%포인트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만큼, 친트럼프 인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내정되면 올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값은 산업 수요 증가도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은 전기전도율이 탁월해 전기차·인공지능(AI) 연산장치·전력설비·이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에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지만 전 세계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은값은 150% 넘게 뛰어 금 상승률(65%)을 크게 앞질렀다. 영국 금융 플랫폼 트레두의 니코스 차부라스 수석 시장 분석가는 “은은 금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펀더멘털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올해 금값이 온스당 6000달러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모건스탠리는 목표치를 5700달러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은 투자 열풍이 거세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한은행 실버뱅킹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3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말(477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실버뱅킹 계좌 수도 이달 처음으로 3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23일 기준 총 3만891개로, 2022년 1월부터 수년간 1만6000개 수준이던 계좌 수가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실버뱅킹과 함께 인기를 끈 실버바는 공급 부족으로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모든 은행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