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양자컴퓨터 보안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8만 달러 선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 추가 조정 가능성과 함께 중장기 반등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증권사 제프리스의 주식전략가가 양자컴퓨터를 이유로 자산배분모델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하면서 시장 불안이 촉발됐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이론적으로 강력한 양자컴퓨터 개발 시 비트코인이 해킹에 취약해질 수 있으나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응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하드포크 가능성은 변수로 꼽혔다. 생사가 불명확한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50만~100만개의 비트코인 처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초창기 유형 지갑은 양자컴퓨터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주 실적 부진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치며 비트코인이 8만200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동시에 하루 만에 17억 달러 규모의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는 대규모 조정이 발생했다.
30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뉴스BTC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국 거래 시간 초반 8만2000달러 선을 간신히 유지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코인글래스 데이터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거래소 전반에서 약 27만 개의 계정이 청산됐으며 총 청산 규모는 17억 달러에 육박했다. 특히 청산된 계약의 90% 이상이 가격 상승에 배팅했던 롱 포지션인 것으로 나타나 상승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하락장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이 맞물리며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한 탓이 컸다. 미국 군함 배치 소식과 특정 석유 거래와 연관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자 에너지 흐름과 무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즉각적으로 매수세를 거둬들였다.
기술적 분석상 비트코인은 수주간 유지해 온 주봉 지지 구간인 8만4000달러에서 9만4000달러 범위를 위협받고 있어 추가 하락의 기로에 섰다. 현재 8만249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이 해당 지지선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낙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암호화폐 분석가 벤자민 코웬은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 대비 약세를 지속할 수 있다며 금이나 은에서 암호화폐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전 자산인 금과 은은 각각 온스당 5608달러와 121.6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트코인의 부진과 대조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분석가 파이어 허슬은 최근 리서치에서 2026년 중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8만 달러 아래로 하락할 수 있으나, 이는 강한 반등을 이끌 ‘최종 조정’ 성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현재 와이코프 분석법상 누적 단계 중 C국면, 즉 ‘약한 손을 털어내기 위한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고 본다.
파이어 허슬은 반전을 이끌 세 가지 요인으로 글로벌 유동성 확대, 우호적 규제 환경, 스테이블코인 성장을 꼽았다. 그는 세계 통화 공급량과 비트코인 가격 간 2~3개월 시차 상관관계를 언급하며, 현재의 유동성 확대가 곧 가격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자 미국 증시는 하락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30일 오전 11시 기준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0.5%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6% 가량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워시 지명이 연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일부분 완화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는 과거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워시 지명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면서 금 선물은 4% 이상 급락했고, 은 선물은 12% 폭락했다. 국채 금리는 도매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해, 시장 예상치 0.3%를 크게 웃돌았다.
한편 비트코인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전통적 안전자산과의 경쟁 심화로 약 7년 만에 최악의 월간 하락 흐름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비트코인 대 금 비율이 이번 달에만 23%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을 선택한 결과다. 코인데스크는 30일 “이같은 국면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졌던 패턴”이라며 “이후 비트코인은 금 강세 사이클 이후 5개월 동안 금을 앞서는 상승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 대 금 비율이 바닥을 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해당 비율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31일 OKX 시장 데이터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8만1972.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하루 전보다 1.10% 하락한 수치로, 심리적 지지선인 8만2000달러를 하회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추가 조정 가능성과 함께 중장기 구조적 반등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 이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