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월대보름 음식·나물·행사

서정민 기자
2026-03-02 08:51:23
36년 만의 ‘블러드문’ 뜨는 정월대보름…오곡밥·나물로 건강 기원, 전국 달맞이 축제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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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음식·나물·행사 (사진=나노바나나)

올해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은 양력 3월 3일로, 36년 만에 달이 붉게 물드는 개기월식(블러드문)이 겹치며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 명절에 맞춰 식품·유통업계의 이벤트부터 전국 지자체 축제까지, 풍성한 대보름 맞이 열기가 뜨겁다.

이번 개기월식은 3월 3일 오후 5시 44분부터 시작돼 오후 8시 33분께 최대에 이르고 오후 11시 23분께 종료될 전망이다.

날씨가 맑으면 전국 어디서나 육안으로 관측 가능하다.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면서 붉게 변하는 이른바 ‘블러드문’ 현상으로, 이 같은 정월대보름 개기월식은 36년 만에 처음이다. 

정월대보름 상차림의 핵심은 단연 오곡밥과 묵은나물이다. 쌀, 콩, 수수, 팥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오곡밥은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묵은나물은 겨울철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였다.

여기에 이를 튼튼하게 하고 부스럼을 막는다는 부럼(호두·잣·땅콩 등 견과류), 좋은 소식을 많이 들으라는 바람을 담은 귀밝이술까지 더해지면 전통 대보름 상차림이 완성된다. 오곡밥 위에 각종 나물을 올려 김에 싸 먹는 ‘복쌈’도 빠질 수 없는 별미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정월대보름을 맞아 오곡밥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재조명했다. 오곡밥을 구성하는 각 곡물마다 현대 과학으로 입증된 건강 기능 성분이 풍부하다. 검정콩 ‘청자5호’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이소플라본 함량이 재래종 서리태보다 각각 2.7배, 1.4배 높아 세포 노화 억제와 눈 건강, 갱년기 여성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다.

팥 ‘홍다’는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 나트륨 배출과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며, 수수는 콜레스테롤 흡수 억제로 비만·당뇨 등 생활습관병 예방에 좋다. 녹두 껍질의 비텍신 성분은 활성산소 제거와 염증 완화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곡밥에 참기름을 한 큰술 넣고 골고루 섞으면 윤기와 고소함이 배가되며, 들기름으로 볶은 나물과 함께 곁들이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번거롭게 느껴질 경우 무나물처럼 간단한 나물 한 가지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채 썬 무를 살짝 절인 뒤 들기름에 볶고 코인 육수와 참치액으로 간을 맞춘 다음 들깨가루를 더하면 손쉽게 맛있는 무나물이 완성된다.

유통업계, 전통과 현대 감각을 아우르는 대보름 기획전

식품·유통업계도 정월대보름 특수를 맞아 다양한 기획 행사를 펼치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3월 31일까지 ‘더미식 오곡밥 정월대보름 소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제품 구매 후 패키지의 행운 번호를 입력하면 1등에게 순금 골드바 1돈을 증정하고, 참여자 전원에게 더미식 즉석밥 1개를 100% 제공한다.

더미식 오곡밥은 국내산 팥·멥쌀·찹쌀·찰수수·차조와 검정 강낭콩을 엄선해, 무균 생산 라인에서 보존료 없이 100% 쌀과 물·곡물만으로 지어 갓 지은 밥의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슈퍼는 전통 오곡을 현대적 감각의 이색 건강 간식으로 재해석해 주목받고 있다. 국산 오곡을 활용한 ‘국산오곡라떼’와 통곡물 스낵 ‘씬크리스피 뻥칩’ 2종을 출시, 일상 속에서 오곡과 통곡물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컬리는 3월 2일까지 건나물과 오곡찰밥 등 관련 식재료를 한데 모은 ‘정월대보름 건강식’ 기획전을 열고,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겨냥해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되는 나물 반찬·부럼 세트·오곡밥 간편식을 할인 판매한다.

오아시스마켓은 ‘2026 정월대보름 기획전’에서 무농약 오곡밥 재료와 유기농 보름 나물, 국산 부럼을 특가에 소개하며, 친환경 식재료를 소포장으로 구성해 부담 없이 건강한 대보름 상차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창경궁부터 양재천까지…전국 달맞이 행사 풍성

전국 각지에서도 전통 세시풍속을 계승하는 다채로운 정월대보름 행사가 펼쳐진다. 국가유산청 창경궁관리소는 오는 3월 2일까지 ‘정월대보름, 창경궁에 내려온 보름달’ 행사를 이어간다.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풍기대 주변에 대형 달 모형 포토존을 운영하며, 조선시대 관천대를 품은 유서 깊은 궁궐에서 달빛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행사 기간 중 ‘#창경궁보름달’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올리고 온라인 응모 링크를 통해 URL을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선물을 증정한다.

서울 서초구는 3월 2일 오후 3시부터 양재천 영동1교 하부에서 ‘제16회 정월대보름 달맞이 대축제’를 개최한다. 나무와 짚으로 쌓은 5미터 높이의 달집에 주민 소원지를 매달고 달이 뜨면 점화하는 달집태우기가 백미이며, 전통놀이 체험과 풍물놀이, 오곡밥·나물 등 먹거리 장터도 함께 운영된다.

노원구는 같은 날 당현천 일대에서 ‘2026 병오년 정월대보름 한마당’을 열고, 낙화놀이와 쥐불놀이, 달집태우기를 선보인다. 당현천 100미터 구간 물 위에 설치된 줄에서 낙화봉을 따라 불꽃이 빗방울처럼 쏟아지는 낙화놀이가 특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파구는 정월대보름 당일인 3월 3일 석촌호수에서 서울시무형문화재 ‘송파다리밟기’와 달집태우기 행사를 연다.

광주에서는 칠석동 고싸움놀이테마공원에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제43회 고싸움놀이축제’가 펼쳐지고,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에서도 세시풍속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이어진다.

다만, 달집태우기·쥐불놀이 등 불을 이용하는 전통 풍습은 봄철 건조한 날씨와 맞물려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산림청은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1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로 운영하고 있으며, 산림이나 인접 지역에서 무단으로 불을 피우면 과태료는 물론 최대 15년 이하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각 자치구는 LED 쥐불놀이 도입과 소방·경찰 합동 안전관리 등으로 안전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절기 음식에 담긴 조상의 마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올해 정월대보름에는 온 가족이 오곡밥 한 숟가락과 나물 한 접시를 나누며, 36년 만의 붉은 보름달 아래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