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정연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온도가 있다. 너무 차겁거나 뜨겁지 않은 36.5도. 닿으면 위로가 되는 사람의 체온이다. 김정연의 정감 있는 목소리가 2008년 어느 날부터 전국의 시골 버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새벽 2시, 남들이 깊은 잠을 잘 때 그녀는 꿈을 전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렇게 달려온 고향 버스 17년, 라디오 역사까지 30년 무사고 방송 인생을 걸어온 김정연은 이제 길 자체가 되었다.
김정연은 방송인 30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카메라 앞에서의 모습보다 카메라 뒤에서 어르신들과 나누는 시간이 더 길다. 촬영 전후로 나누는 소소한 대화, 어르신이 건네는 삶은 감자 한 알에 담긴 투박한 정(情)이 그녀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때로는 자식에게도 못한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야기하며 펑펑 우는 어르신을 안아주다 보면, 그녀의 옷깃은 늘 눈물 자국으로 젖어 있곤 했다.
그 젖은 옷깃의 기록들이 모여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가 탄생했다. 이 책은 한 가수의 연예계 생존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농촌의 소멸해가는 풍경을 붙잡아두려는 필사적인 기록이자, 그 안에서 발견한 ‘행복의 조건’에 대한 탐구 보고서다. 어르신들의 뽀로로, BTS라 불리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새벽마다 홀로 차 안에서 목을 풀며 오늘 만날 인연을 기도하는 인간 김정연의 고독한 성실함이 숨어 있다.
이제 그녀는 그 길 위에서의 깨달음을 한 권의 책과 강연, 그리고 새로운 노래로 승화시키려 한다. 조만간 공개될 신곡은 그녀가 20년 동안 들어온 어르신들의 숨소리와 웃음소리가 음표가 되어 박힌 곡이다. “노래는 입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삶으로 증명하는 것임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서 거장의 향기가 풍긴다.
인생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일방통행로라지만, 김정연의 인생 버스는 왕복 운행하며 새로운 희망을 실어 나른다.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아 무대에 오른 그녀가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노래로 풀어내는 인생 연가는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할 ‘행복 비타민’이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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