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되자 한은 내부에서는 “위기 상황을 관리할 최고의 전문가가 발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과 주식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시점에 거시·금융 건전성 분야의 적임자가 선택됐다는 의미다.
이창용 현 한은 총재도 최근 여러 자리에서 “신 국장이 다음 총재를 맡는다면 안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역시 22일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를 “국제금융과 거시경제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하며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성장이라는 통화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지명 직후 신 후보자는 “엄중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이끌게 된 것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물가·성장·금융 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취임 이후 금리 방향이다. 글로벌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어 교과서적 대응은 금리 인상이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려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신 후보자는 2022년 G20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가 경제정책의 급선무”라며 선제적 금리 인상을 주문한 바 있어 긴축 기조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반면 최근 로이터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충격이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면 금리로 기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보다 관망 기조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환율 방어 수단으로는 금리라는 ‘둔탁한 도구’ 대신 거시 건전성이라는 ‘정밀 메스’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후보자는 고환율이 기업 대차대조표를 잠식하는 ‘금융 채널’ 리스크를 꾸준히 경고해온 만큼, 취임 이후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직접 제어하는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강경한 규제 기조가 예상된다. 신 후보자는 주요 콘퍼런스와 저서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위기 시 법정화폐와 1대1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일관되게 비판해왔으며, 지난해 BIS 연례 보고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한은 발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는 속도를 내는 반면 민간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한은 총재는 대통령 지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며, 통상 지명부터 취임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