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자 74명을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다 수초 만에 꺼진 사실이 확인됐다. 잦은 오작동으로 직원들이 실제 화재를 알아채지 못해 대피가 지연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압수수색을 앞두고 현장 청소를 서두르라는 메시지가 오간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6일 브리핑에서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처음에는 화재 발생 때 경보를 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꺼졌다”며 “그런 이유로 평소와 같은 오작동으로 알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직원 53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경보가 울렸다 금방 꺼졌다’고 공통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보가 울린 시간에 대해서는 참고인마다 5초·10초·30초 등으로 다르게 인식했지만, “처음에 경보가 울리다 바로 중단됐다”는 진술은 일치했다.
대피를 지연시킨 것이 경보기였다면, 화재 규모를 키운 것은 공장 곳곳에 축적된 유증기와 기름때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안전공업에서 소방 당국이 출동한 화재는 모두 7건에 달한다. 천장 덕트 기름 찌꺼기 발화, 단조기 화재, 집진기 덕트 청소 중 불티가 슬러지에 떨어진 착화 사례 등 상당수가 기름때와 분진이 원인이었다.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동관 2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탈출로는 남동쪽 계단 두 곳뿐이었다. 완공 이후 지금까지 별도의 대피로가 없어, 계단 반대편에 있던 직원들은 사실상 막다른 공간에 갇혀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출입문이 5개나 있는 1층과는 대조적인 구조다.
더 심각한 것은 해당 층이 2020년부터 물에 닿으면 폭발하는 위험물질 ‘나트륨’ 취급 허가를 받은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위험물질을 다루는 시설은 비상구를 반드시 추가 설치해야 하지만, 안전공업 관계자는 나트륨 반입 이후에도 법정 비상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참사 원인을 은폐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전C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께 안전공업 팀장급 직원 10여 명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 “압수수색 오기 전인데 오후면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올 것 같다”, “그래서 빨리 (대화동 공장) 청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메시지가 유통된 지 약 1시간 후인 오전 9시께 경찰과 노동당국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손주환 대표이사는 26일 대전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 임원진 회의 자리에서 “(희생자들이) 늦게 나와 죽었다”, “유족이고 XX이고” 등의 발언을 해 불거진 막말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러나 불법 증축 경위나 노조의 환경 개선 요구를 묵살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죽을죄를 지었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편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손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손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6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압수한 휴대전화·건축 설계도·안전작업일지 등 250여 점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발생한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쳐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