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치솟는 유류할증료에 항공권 시장 ‘요동’

서정민 기자
2026-03-30 07: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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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수속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항공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이 유류할증료를 끌어올리자, 서둘러 표를 끊어두는 ‘선발권’ 수요가 폭증하는 한편 여행을 포기하거나 취소하는 소비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4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33단계 중 18단계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12단계 오른 것으로, 2016년 현행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항공사들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대한항공은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기존 최대 9만9,000원에서 최대 30만3,000원(편도 기준)으로 올렸다. 뉴욕행 기준 왕복 유류할증료만 60만6,000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4월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220% 이상 인상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항공유 가격은 중동 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배럴당 230달러에 육박하며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에 반영될 3월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가격 급등 우려에 발권 시점을 서두르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놀유니버스 산하 놀인터파크의 4~5월 출발 상품 선발권 건수는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고, 하나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도 국제선 발권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류할증료 인상 여파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중동 경유 노선이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을 경유하는 저가형 유럽행 상품도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여행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루프트한자·영국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두바이·도하·텔아비브 등 중동 노선을 잇따라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이동 자체가 어려워진 영향도 크다. 대한항공은 4월19일까지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별도 특약이 없는 한 전쟁으로 오른 환율 차액과 인상된 유류할증료를 여행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도 업계를 옥죄고 있다. 

실제 일부 노선에서 취소 사례가 나오며 불안감은 더 확산하는 양상이다. 하노이란저우, 하노이펑황고성 전세기 노선 일부가 취소되거나 일정 조정이 이뤄졌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류할증료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여행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