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장중 한때 다시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고성능 모델 등장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AI 반도체에서 서비스와 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엔비디아는 2.21% 하락해 시가총액이 4조9038억 달러로 줄었다.
이날 장중에는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해 200달러선이 무너지면서 애플이 일시적으로 시총 1위에 올라서기도 했으나, 이후 엔비디아의 낙폭이 줄고 애플의 상승폭도 축소되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간발의 차로 엔비디아가 다시 1위 자리를 지켰다.
애플이 장중 시총 1위를 탈환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이번 순위 변화는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이날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이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최고 수준 모델에 필적하는 오픈소스 모델 '키미 K3'를 공개한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AI 모델의 경쟁력 향상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정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극하면서 AI 반도체 업종 전반에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토니 메도스 BRI웰스매니지먼트 투자총괄은 애플이 대규모 AI 설비투자 부담이 적고 서비스·생태계·하드웨어 교체 수요를 통해 AI를 수익화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며, 이번 재평가는 AI 기대감보다는 안정적인 실적 창출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최근 기술주 순환매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지난 6월 저점 대비 21%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23% 올라 '매그니피센트7'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HSBC도 최근 애플 투자 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애플의 시총 1위 복귀가 곧 엔비디아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생성형 AI용 GPU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으며, 시장 심리가 회복되면 다시 1위를 탈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AI 투자 확산의 수혜는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는데,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지난 5월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섰고, 이달 초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도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AI 투자 열풍으로 급등했던 반도체 업종은 최근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7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대비 20.2% 하락해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열기가 식었다기보다, 엔비디아 등 일부 종목에 쏠렸던 자금이 메모리 반도체와 플랫폼 기업 등 AI 생태계 전반으로 분산되는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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