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시절 따뜻한 손길을 건네준 선배의 가게…와타나베 켄과 함께 만난 권영수 대표의 식탁과 오래된 인연

어떤 식당은 음식의 맛으로 기억되고, 어떤 식당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으로 기억된다. 시간이 흐른 뒤 메뉴보다 먼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낯선 도시에서 맺은 인연이라면 그 기억은 조금 더 깊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자신을 반겨주었던 사람의 마음이 함께 남기 때문이다.
“제가 오사카에서 유학할 때부터 인연이 있는 선배 가게입니다. 도움을 많이 받던 분이라 꼭 선배님 가게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쥰키의 소개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없었다. 얼마나 유명한 식당인지 설명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지를 이야기했다. 짧은 문장 속에서 가장 또렷하게 전해진 것은 선배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않았다는 마음이었다. 이번 방문은 그 기억을 독자들과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
쥰키의 오사카 3부작은 그렇게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도시의 음식점을 찾아가는 여정에, 그곳에서 생활했던 한 사람의 기억을 더한다. 여행객에게는 처음 보는 거리와 가게가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한 시절과 이어져 있다. 아키나이는 쥰키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오사카의 첫 번째 주소다.
오늘 이 여정에 함께한 게스트는 일본에서 음식점 약 350개를 운영하는 버즈그룹의 와타나베 켄 대표다. 여러 매장을 이끌며 음식과 서비스, 손님을 맞는 일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외식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쥰키의 동행으로, 한 후배가 오랫동안 기억해온 선배의 가게를 찾았다.
오사카 덴노지구 우에혼마치에 자리한 아키나이의 정식 상호는 ‘炭焼 あきない’. 와규와 복어를 숯불에 구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기 한 접시를 중심으로 식사할 수도 있고, 구이와 국물 요리, 여러 곁들임을 나누며 식탁을 채울 수도 있다.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음식과 일본에서 만나는 구이 문화가 메뉴판 안에 함께 담겨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와규다. 흑모와규 모둠과 스테이크를 비롯해 등심과 갈비, 여러 내장 부위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원하는 부위를 골라 주문하거나 모둠으로 서로 다른 맛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김치와 나물, 쌈채소를 곁들이면 한국의 고깃집을 떠올리게 하는 식탁이 된다. 여럿이 둘러앉아 각자 좋아하는 부위를 나누기에도 어울리는 구성이다.
또 하나의 간판 메뉴는 복어 숯불구이다. 매장은 일본산 자주복을 사용한 구이를 주요 메뉴로 소개한다. 복어를 회나 전골로 접해온 여행객이라면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선택이 된다. 와규와 복어를 한자리에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은 아키나이를 기억하게 하는 특징이다. 복어는 준비 수량이 한정돼 있어 방문 전 예약하며 주문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권 대표가 전한 대략적인 손님 구성은 일본인 70%, 재일교포 20%, 관광객 10%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일본인과 교포 손님이 주를 이루고, 여행객도 함께 찾는 식당이다. 한국 독자에게는 오사카의 일상적인 외식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자, 여행 중 새롭게 발견할 만한 가게다.
같은 메뉴판을 펼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가족과 고기를 먹으러 오고, 누군가는 지인과 익숙한 음식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여행객은 그 식탁에 잠시 합류한다. 아키나이의 음식은 그렇게 오사카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이 도시를 방문한 사람 사이에 놓인다.
권 대표는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도 편안한 식당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일본 손님도, 교포 손님도, 여행 오신 분들도 편하게 식사하셨으면 합니다. 처음 오셨더라도 맛있게 드시고, 다음에 오사카에 오면 다시 들르고 싶은 가게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쥰키에게 이 말은 유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선배의 가게를 다시 소개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낯선 곳에서 생활을 시작할 때 먼저 그곳을 살아본 사람의 도움은 오래 남는다.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꾸려가던 시절, 자신을 챙겨준 사람의 존재는 시간이 흘러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쥰키가 선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가게 이름을 알리고, 그곳과 이어진 자신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꼭 소개해드리고 싶다”는 말에는 권 대표의 오늘을 응원하는 마음도 담겼다. 예전에 받았던 도움을 현재의 행동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켄은 외식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손님이 한 식당을 오래 기억한다는 의미를 짚는다.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면 손님이 다시 찾아주시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낍니다. 쥰키가 오랜 시간이 지나 선배님의 가게를 소개하고 싶어 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음식과 함께 사람이 기억에 남는 식당이라는 뜻이겠지요.”
수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대표와 한 가게를 지켜온 대표가 만나는 자리지만, 이들을 잇는 이야기는 가깝고 구체적이다. 손님을 맞고, 음식을 내고, 다음 방문을 기다리는 일이다. 쥰키가 간직해온 인연은 그 매일의 시간이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권 대표에게도 후배가 자신의 가게를 소개하는 이번 방문은 반갑다. 오래전 맺은 인연이 이어져 새로운 손님을 만날 기회로 닿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인연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소개해주니 고맙죠. 기사를 보고 한국에서도 찾아오신다면 반갑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오사카 여행 중에 들러 편하게 한 끼 드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사카 여행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면 아키나이는 와규와 복어구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선택지다. 여럿이 방문해 구이를 나누고 각자 좋아하는 식사 메뉴를 곁들여도 좋겠다. 우에혼마치 일대를 일정에 넣었다면 위치와 영업 정보를 미리 확인해 동선을 잡을 수 있다. 쥰키가 전한 사연을 기억하고 찾는다면 처음 보는 간판도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가 아끼는 식당을 소개받는 데에는 메뉴판만으로 알기 어려운 즐거움이 있다. 그 사람이 왜 이곳을 기억하는지 듣고 나면, 자신은 어떤 음식과 순간을 기억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쥰키의 기억에서 출발한 이번 이야기도 독자의 방문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 권 대표가 반길 새로운 손님 가운데 이 기사를 읽은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낯선 도시에서 도움을 받던 유학생은 시간이 흘러 선배의 가게를 소개하는 가수가 됐다. 이번에는 와타나베 켄이 그 길에 함께했고, 독자들에게도 아키나이라는 이름을 건넨다. 쥰키의 오사카 첫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한 사람의 고마움에서 시작해 새로운 식탁으로 향한다.
오사카에서 다시 만난 것은 선배의 가게이자, 오래도록 잊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글/사진ㅣ김민주 기자 (love4043@bntnews.co.kr)
장소협조ㅣ일본 오사카 숯불구이 아키나이(炭焼 あきない)
매장정보ㅣ大阪府大阪市天王寺区上本町6-7-22
대표메뉴ㅣ와규 숯불구이, 복어 숯불구이, 소꼬리탕
현지동행ㅣ가수 쥰키
매장협조ㅣ권영수(権英秀) 아키나이 대표
게스트ㅣ와타나베 켄 버즈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