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노래를 기다리는 마음은 늙지 않는다.
이수만의 다음 무대가 궁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그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이 관객을 만날 무대를 준비하는 제작자가 됐다. 이제는 세계의 창작자들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음악에 접목하며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
오랜 제작자의 경험과 첫 무대를 앞둔 신인의 설렘이 만난다. 한 사람이 쌓아온 시간이 다른 사람의 시작을 돕고, 새로운 목소리는 그 경험에 또 다른 가능성을 더한다. 이수만의 다음 무대는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이 만나 함께 만드는 자리다
2026년 10월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이수만은 A2O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A2O SOUL과 A2O LITE를 소개하며 새로운 제작 기술과 콘텐츠 구상을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출발점은 곡이었다. 노래를 중심으로 춤과 영상, 공연이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시도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콘텐츠로 완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블랙은 동료들과 ‘NEON’의 안무를 만들면서 아이돌이 소화할 수준을 고려해 난도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수만은 더 어렵고 화려한 안무를 요청했다. 아직 멤버들의 실력을 직접 보지 못했던 제이블랙에게 이수만은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애들 잘한다. 할 수 있다.”
이후 시리와 아이찡이 첫 연습부터 안무를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 제이블랙도 놀랐다고 했다. 더 어려운 동작을 요청한 배경에는 그 동작을 해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멤버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제작자의 판단이 안무가의 도전과 만난 순간이었다.

이수만이 오랫동안 말해온 CT, 컬처 테크놀로지는 이런 제작 과정을 하나로 잇는 개념이다. 캐스팅과 훈련에서 음악·영상 제작, 관객을 만나는 과정까지 연결된다. 새로운 기술로 어떤 표현과 경험을 만들어낼지 살피는 일도 그 안에 있다.
이번 데뷔쇼에서 소개한 4DGS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수만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 시점에서 촬영한 아티스트의 모습과 움직임을 공간 안에 재구성해, 다른 위치와 각도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A2O는 두 그룹의 뮤직비디오에도 새로운 촬영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전체 동선을 볼 때와 한 사람의 표정을 가까이 따라갈 때 같은 노래도 다르게 다가온다.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많아질수록 그중 무엇이 노래와 아티스트의 매력을 가장 잘 전하는지 고르는 눈도 중요해진다.
AI를 바라보는 이수만의 시선에서도 사람의 역할을 읽을 수 있다. 그는 2025년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AI가 프로듀싱을 하는 시대를 전망하면서도, 꿈꾸고 원하는 주체는 인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새로운 도구를 통해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그 바람은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그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계속 작업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이수만은 2024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 CISAC 세계 총회에서 저작권이 작사·작곡가와 가수의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AI와 K팝의 결합이 팬들과의 소통을 넓힐 수 있지만, 권리 침해와 무단 유통 등이 창작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좋은 작품을 만든 사람이 다음 작품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 역시 다음 음악을 준비하는 일이다.
다음 음악을 만들 사람들을 키우는 구상도 이어진다. 이수만은 2025년 9월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한국이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세계의 문화 설계자를 키우는 ‘프로듀서의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문화와 기술을 연결하며, 세계인과 소통할 콘텐츠를 기획하는 역량을 강조했다.
그가 같은 해 공개한 ‘A2O 스쿨’ 계획은 그 구상을 교육으로 넓힌다. 청소년들이 음악·디자인·영상 등 다양한 창작을 경험하며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세계의 인재가 한국에 모일 수 있는 여건의 필요성도 이야기했다.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 곁에는 곡을 쓰고 싶거나 무대를 찍고 싶은 아이도 있다. 직접 만들어보고 동료와 함께 완성하는 경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다. ‘프로듀서의 나라’라는 큰 구상도 저마다의 재능이 첫 기회를 얻는 데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음 세대와 나눌 경험에는 함께 일한 사람들의 시간도 담겨 있다. 이수만이 구상한 무대 역시 아티스트와 작곡가, 안무가, 제작진이 함께 완성했다. 강타와 보아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떠올리면, 그들이 함께 남긴 노래와 무대도 따라온다.
그 여정에는 김민종과의 인연도 있다. 이미 자신의 노래와 연기로 사랑받던 그는 2006년 SM과 인연을 맺어 17년을 함께했다. 함께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다 보면,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도 마음에 머문다.
음악을 오래 듣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시간이 있다. 어느 가수의 노래를 떠올리다 그 시절 함께 듣던 친구가 생각난다. 공연의 마지막 곡보다 옆자리에서 함께 노래하던 얼굴이 선명할 때도 있다. 음악은 작품으로 남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억이 된다.
이수만이 준비하는 다음 무대도 관객을 만나는 순간부터 또 다른 이야기를 얻는다. 제작자는 새로운 목소리와 노래를 선보이지만, 그 음악을 언제 누구와 듣고 어떤 기억으로 간직할지는 듣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나의 무대에서 시작한 음악이 저마다의 삶 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가 소개한 신인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가수가 될 수 있다. 오늘 처음 듣는 노래가 훗날 그리운 시절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가 만든 무대에는 우리의 지난날이 남아 있다.
우리는 함께한 시간을 간직하며, 아직 듣지 못한 노래를 기다린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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