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복지사업의 잣대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이 내년에 올해보다 6.7% 오른 4인 가구 기준 월 692만9885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기준 중위소득 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 인상률로, 종전 최고치였던 올해 6.51%를 넘어서며 6년 연속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15개 중앙부처 80여 개 복지사업의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가구원 수별로 보면 1인 가구는 올해보다 17만1804원 오른 273만6042원, 2인 가구는 448만645원, 3인 가구는 571만8901원, 5인 가구는 806만3319원, 6인 가구는 912만9201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률을 택한 배경에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K자형 양극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있다. 실제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4분기 43만8000원에서 올해 1분기 51만9000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소득과 자산 여건이 취약한 가구일수록 물가와 필수 생활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고려해 증가율을 결정했다"며 "어려운 국민의 삶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은 1인 가구 기준 올해 82만556원에서 내년 87만5533원으로, 4인 가구는 올해 207만8316원에서 내년 221만7563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실제 지급액은 가구원 수별 선정기준액에서 해당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으로, 소득이 전혀 없는 1인 가구라면 내년 87만5533원을 받게 된다.
의료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77만1954원 이하, 주거급여는 332만6345원 이하, 교육급여는 346만4943원 이하인 가구가 지원 대상이 된다.
주거급여 임차급여 기준임대료는 지역과 가구원 수에 따라 1만2000~5만원 인상되며, 4인 가구 기준 최대 지원액은 서울 59만6000원, 경기·인천 48만8000원, 광역시 등 40만3000원, 그 외 지역 36만9000원이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으로 복지 수혜 대상도 늘어날 전망이다. 생계급여 수급자는 내년에 약 1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아이돌봄서비스, 긴급복지, 청년월세 지원, 에너지바우처 등 15개 부처 80개 복지사업이 이 기준을 활용하며, 특히 정부가 검토 중인 기초연금 선정 기준 개편(소득 하위 70% 방식에서 기준 중위소득 연동 방식으로 전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2021년부터 6년간 적용해 온 기준 중위소득 산정 방식도 손질했다. 기존에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기본증가율)을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곱하는 방식이었으나, 이 통계가 3~5년 전 자료를 사용해 최신 물가·경기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앞으로는 최신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를 반영해 증가율을 보정하고, 상대적 빈곤 완화와 기초생활보장 수준, 국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추가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산정 방식은 3년간 적용된 뒤 적정성 평가를 거칠 예정이다.
다만 시민단체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최근 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평균 증가율인 기본증가율(8.69%)의 23%를 축소해 소득격차를 방치하고도 이를 '역대 최고 인상'이라는 말로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 간 격차는 2018년 12.49%에서 2023년 29.62%로 확대돼 취약계층의 생활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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