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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윤석화 조문 행렬…문화계 애도 물결

박지혜 기자
2025-12-20 06:55:20
“연극계 최초 스타, 재능 다 피우지 못해 안타까워”
손진책 연출·유인촌·최휘영 장관 등 동료들 잇따라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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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윤석화 조문 행렬…문화계 애도 물결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일 별세한 배우 고(故) 윤석화의 빈소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연극계와 문화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과 생전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동료 예술인들은 빈소를 찾아 마지막 작별을 고하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빈소는 고인과 절친했던 배우 박정자가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고인의 마지막 작품인 연극 ‘햄릿’(2022)을 연출한 손진책 연출가는 깊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 연출가는 “‘햄릿’을 하면서 가끔 피곤하다고 휴식 시간을 물었는데, 그것이 병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며 “연극계 최초의 스타였는데 재능을 다 못 피우고 보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도 아쉽겠지만 우리도 아쉽기에 곧 다시 만나 좋은 작품을 함께하자”고 추모했다.

손 연출가의 부인이자 고인과 민중극단에서 함께 활동한 김성녀 배우도 “고인이 이루지 못한 것을 우리가 대신 이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착잡하다”며 “먼저 가서 연극단체를 만들어 놓으면 우리가 나중에 따라가서 함께 거기서 연극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햄릿’에 배우로 함께 출연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유 전 장관은 “연극계를 위해 한참 더 역할을 해야 할 때인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며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윤석화 씨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상에서 털고 일어나면 꼭 작품을 같이하자고 약속했었다”며 “빨리 회복해서 좋은 작품을 하자고 했는데, 제약 없는 곳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꿈꾸시길 바란다”고 슬픔을 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최 장관은 “연극계의 큰 기둥이셨던 윤석화 선생님은 무대 위에서 가장 뜨거우셨던 분이었다”며 “투병 중에도 무대를 향한 그리움을 놓지 않으셨는데, 이렇게 일찍 떠나신 데 대해 애통하고 마음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기리기 위함”이라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주었고, 다수의 연극상·백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 내에는 생전 고인의 무대 모습과 투병 생활을 담은 1시간 2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돼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영상을 제작한 이종일 전 민중극단 대표는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길 희망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며 “자연치료를 택한 뒤 투병 중에도 늘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2022년 연극 ‘햄릿’ 공연 후 영국 출장 중 쓰러져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 대신 자연치료를 선택하며 병마와 싸워왔으나, 19일 오전 9시 50분경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이 외에도 배우 손숙, 강석우,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가수 유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

유열은 “1986년 대학가요제로 데뷔하자마자 여러 공연에 초대해주셔서 선생님의 연극을 많이 봤다”며 “2년 전 제가 매우 아팠을 때 작은 교회 간증을 듣고 찾아오셨을 정도로 따뜻한 분이셨다”고 추억했다.

가수 이문세와 배우 고두심, 최정원, 남경주, 송승환 등은 화환을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21일 오전 9시 엄수된다. 이후 오전 10시에는 고인이 설립한 소극장 정미소가 있던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약 20분간 노제가 진행된다.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1956년생인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수많은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연극 ‘토카타’ 우정 출연이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상주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다. 장례는 연극인복지재단장으로 치러진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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