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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의 칸타빌레', 120분 꽉 채운 레전드 라인업

정윤지 기자
2025-05-10 13:06:42
예능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  (제공: KBS)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가 관객들의 떼창과 눈물, 웃음이 어우러진 세대 간 공감의 무대를 완성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뮤직 토크쇼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는 평소보다 확대된 120분 특집 편성으로 꾸며졌다. 

가수 윤상, 김현철, 이현우, 팀, 애즈원, 조성모, 캔 배기성, 체리필터, 델리스파이스 김민규까지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총 9팀의 아티스트가 대거 출연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날 박보검은 DJ '검디'로 변신해 클래식한 무드의 DJ 박스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고, 게스트들과 과거의 명곡을 재조명하며 레트로 음악의 향연을 펼쳤다. 

박보검의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DJ 멘트와 무드, 사전 준비성은 감탄을 자아냈고, '가려진 시간 사이로'라는 테마는 단순한 음악 토크쇼를 넘어선 시간의 기록으로 완성됐다. 

첫 무대는 '가려진 시간 사이로'의 주인공 윤상이 장식했다. 밀리언셀러로 자리매김했던 이 곡의 전주만으로도 객석은 즉각 반응했고,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김현철의 '왜 그래'로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준비한 '안녕, 오랜만이야' 슬로건이 펼쳐지며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윤상, 이현우, 김현철은 오랜만에 함께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하며, 서로의 오랜 인연과 추억을 풀어냈다. 윤상은 6년 만에, 김현철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 5년만, 이현우는 무려 13년 만의 KBS 심야음악방송 출연이었다. 박보검은 "도대체 왜 이제서야 나와준 거야"라며 익살스럽게 환영했고, 세 사람은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박보검의 칸타빌레'라서 더욱 특별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김현철의 '연애', 윤상의 '달리기'가 박보검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즉흥적으로 이어졌고,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눈빛 속에 깊은 감정선이 오갔다. 

특히 박보검의 연주 실력에 윤상은 "음악회에서 스카우트할 정도. 감각이 작곡가 수준"이라며 극찬했다. 

명곡으로 가득한 세 사람의 디스코그래피도 화제였다. 이현우의 116곡부터 윤상의 449곡, 김현철의 505곡까지 세 아티스트의 수많은 곡 속에 숨어 있는 서사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과거를 선물했다. 

박보검이 팀의 대표곡 '사랑합니다'의 가사를 한 줄 한 줄 사연처럼 읊자, 무대는 마치 라디오 사연을 듣는 듯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 위로 팀의 목소리가 조용히 더해지며, 박보검의 피아노와 함께 따뜻하고 단단한 감성의 무대가 펼쳐졌다. 말 대신 음악으로 전해진 감정에 관객석에서는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무대 후 팀은 "오늘 출연진 중 제가 막내다. 대기실에서 인사하고 다니느라 바빴다"며 재치 있게 토크 분위기를 이끌었고, "윤상 선배님이 작곡한 제 데뷔곡 '사랑합니다'를 지금까지 사랑하고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며 오랜 감회를 전했다. 

이어 '되찾고 싶은 노래'로 '사랑한 만큼'을 꼽은 팀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 담백한 진심을 담아 노래하며 단순한 추억을 넘어 가창 이상의 감동을 전했다. 

애즈원은 오랜만의 완전체 복귀임에도 녹슬지 않은 하모니로 '원하고 원망하죠' 무대를 꾸몄다. '박보검의 칸타빌레'를 위해 LA에서 날아온 멤버 크리스탈의 사연이 전해지자, 또 다른 멤버 이민은 "이 기회를 놓쳤으면 절교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보검은 애즈원이 친구에서 듀오가 되기까지의 음악 여정을 짚으며 애정을 드러냈고, 애즈원은 박보검을 향해 "말을 너무 예쁘게 한다. 진짜 감동받았다"며 연신 감탄했다. 

또 이민은 "등을 돌린 채 노래해도 되겠냐"며 조심스럽게 부탁했고, 박보검 또한 망설임 없이 무대를 등진 채 이민의 떨리는 목소리를 감싸 안았다. 애즈원의 기분 좋은 아메리카 리액션 또한 '박보검의 칸타빌레'를 한층 유쾌하게 이끌었다.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해 음악차트를 휩쓸던 조성모도 12년 만에 'To Heaven(천국으로 보낸 편지)'과 '아시나요'로 KBS 심야음악방송 무대에 섰다. 박보검은 조성모의 5연속 밀리언셀러 기록, 20세기 마지막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소개하며 조성모의 위상을 되짚었다.

 또 하이틴 스타 등용문이라 불렸던 조성모의 역대 뮤직비디오를 함께 시청하며 박보검이 "조성모 선배님 뮤직비디오에 제가 출연하고 싶다"고 말하자 조성모는 "없는 곡도 새로 만들겠다"고 응수해 분위기를 달궜다.

조성모가 드라마 '파리의 연인' 속 박신양 배우의 명대사 "애기야, 가자" 모사를 제안하자, 박보검은 완벽한 몰입으로 재현해 내며 객석을 금세 웃음으로 물들었다. 조성모는 박보검의 연기에 감탄을 전하며 OST '너의 곁으로' 무대로 응답했다. 

박보검이 "다짐도 듣고 싶다"며 선곡을 제안하자 조성모는 "가죽 재킷이 없다"라며 머뭇거렸고, 이에 박보검은 준비해둔 가죽 재킷을 직접 입혀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조성모는 "연출력까지 완벽하다"며 유쾌한 찬사를 건넸고, 현란한 카메라 무빙과 댄스팀까지 동원한 무대로 전설적인 순간을 다시금 재현하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내 생에 봄날은…' 무대를 꾸민 캔의 배기성은 기타 핸드 싱크 연기와 관객 떼창 유도로 현장을 순식간에 하나로 만들었다. 이후 "카메라 감독님이 오늘 카메라를 스무 바퀴는 돌렸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박보검 또한 "무대 매너에 압도당했다"며 감탄을 표했다. 

특히 감동을 안긴 장면은 배기성이 노래 중 가사 '봄날은 간다'를 '봄날은 온다'로 바꾸어 부른 순간이었다. 이를 캐치한 박보검이 "그 한마디가 너무 와닿았다"며 눈시울을 붉히자, 배기성은 "오늘 노랫말처럼 진짜 봄날이 왔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이어 박보검의 즉석 라이브 요청에 배기성은 "나는 왜 피아노 안 쳐주냐"며 귀엽게 투정을 부렸고, 이에 박보검은 망설임 없이 즉흥 반주로 '사람답게' 무대를 완성했다. 

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고마움과 존경심으로 맞절을 하는 등 코믹한 투샷으로 웃음과 울림이 공존하는 토크쇼의 묘미를 보여줬다.

체리필터는 '낭만고양이'로 레전드 록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했고,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무대를 즐겼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후 18년 만의 KBS 심야 음악방송 출연 사실을 밝힌 체리필터는 "박보검인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팬심 출연임을 증명했다. 

체리필터 또한 박보검의 즉흥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리 날다' 무대를 꾸몄고, 전성기의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고스란히 재현하며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박보검을 향해 "새 멤버 구했다. 우리 다음 공연 같이 가자"며 러브콜을 보내는가 하면, 만난 사람 중 박보검의 이마가 제일 멋있다는 독특한 감탄으로 유쾌함까지 놓치지 않았다.

델리스파이스 김민규와의 토크도 이어졌다. 박보검은 '고백'의 가사를 두고 "내용이 아주 부적절하다"고 소신 발언을 던졌고, 김민규는 "첫사랑은 서툴고 어설퍼서 그런 것"이라며 차분하게 받아쳤다.

이어 김민규가 '고백'의 감성과 박보검이 잘 어울린다고 전하자, 박보검은 발끈한 듯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이라는 가사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연기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후 두 사람은 '박보검의 칸타빌레'으로 재해석한 '고백' 무대를 함께 완성하며 한 편의 청춘영화처럼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정윤지 기자 yj0240@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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