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공개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박인근 원장 가족들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사업체들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인근 원장의 자녀들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밀페라 스포츠센터(Milperra Sports Centre)의 구글맵 리뷰에는 ‘나는 생존자다’ 공개일인 지난 15일 이후 200여 개의 비판 댓글이 급증했다.
일본어 리뷰에서는 “센터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피의 돈을 벌어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중국어 리뷰에서는 “이곳은 더러운 돈으로 세워진 곳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죽었다”는 내용이 남겨졌다.
비판은 스포츠센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당 센터의 공식 SNS 계정에도 2018년 이후 활동이 중단된 상태임에도 형제복지원 관련 비판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다큐멘터리에서 호주를 찾아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비웃는 모습이 포착된 여성과 가족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석 사업체의 홈페이지도 현재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호주 최대 신문사인 ‘디 오스트랄리안’(The Australian)은 지난 18일 “‘오징어게임’ 생존자들은 시드니에 사는 가족들에게 정의 구현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형제복지원 피해 사례와 박인근 원장,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들을 집중 조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원장의 손주며느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20일 SNS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시부모와는 이미 절연한 상태이며, 남편은 형제복지원이 문을 닫은 시점에 태어났다”며 “방송에 등장한 가게는 시어머니가 원해 차려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게를 향한 공격만 멈춰 달라”며 “무거운 마음으로 피해자를 향한 사죄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호소했으나, 해당 글은 이후 삭제되고 사과문이 게재됐다.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1960년 7월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형제정신요양원 폐쇄까지 32년간 지속된 대한민국 현대사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75~1988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공식 사망자는 657명에 달한다. 하지만 일부 사망자의 경우 구타 등에 의한 사망이 ‘병사’로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86년 형제복지원에서 구입한 클로르프로마진이 총 25만 정에 달했는데, 이는 342명이 1년간 매일 2회 복용할 수 있는 양으로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화학적 구속’을 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수용자들의 강제노역 대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86년 당시 1인당 평균예입액은 55만819원이었으나 수용자에게 지급된 평균 금액은 20만4729원에 불과해 자립적금을 착복한 것으로 판단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에 대한 국가배상 상소 취하를 결정하며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정 장관은 “과거 국가의 잘못된 행위로 깊은 상처를 입으신 형제복지원·선감학원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나는 생존자다’는 2023년 큰 파장을 일으킨 ‘나는 신이다’의 후속작으로, 지난 15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순위 1위에 올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시즌은 JMS, 형제복지원, 지존파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4개 사건의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해 제작됐다. 특히 형제복지원 편에서는 ‘사회 정화’ 명목으로 자행된 인권 유린의 참상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생존자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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