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가 역대급 내한 공연을 펼쳤다.
1994년 1집 ‘Definitely Maybe’을 통해 데뷔한 오아시스는 ‘제2의 비틀즈’라는 수식어와 함께 90년대 영국 락 씬을 휩쓴 브릿팝 열풍의 주역이 되었다. 1995년에는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가 수록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을 발표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노엘과 리암, 두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인해 2009년 해체를 선언했다. 팬들의 바람과 달리 둘은 서로에게 날 선 비난을 주고받는 등 그간 재결합은 요원한 상태였다. 둘 모두 솔로 아티스트로서 성공을 거두며 재결합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그러던 작년 8월, 오아시스는 해체 후 15년 만에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곧이어 데뷔 30주년 기념 투어 일정을 발표하며 전 세계 오아시스 팬들을 들썩였다.
고양시 역시 공연 시작 전부터 많은 인파가 집결하며 기대감이 고조됐다. 팬들의 높은 충성도로 유명한 오아시스의 공연답게, 저녁부터 일대는 오아시스 굿즈 재킷, 아디다스 저지, 야상 등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는 복장의 팬들로 붐볐다. 티켓을 구매해 공연장을 찾은 5만 5천의 관객뿐만 아니라 주차장에 돗자리를 펴놓고 공연을 즐기는 팬들도 여럿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버스킹을 하는 팬들 역시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성 투어인 만큼, 전성기 시절인 1, 2집의 히트곡들 위주로 세트리스트가 구성됐다.
오아시스는 등장과 동시에 2집의 1번 트랙 ‘Hello’를 연주했다. 리암은 자신의 시그니처가 된 선글라스와 야상을 착용한 채 등장했고, 노엘 역시 오아시스의 상징적인 기타인 깁슨 ES-335를 들고 무대에 섰다.
사운드는 훌륭했다. 노엘 갤러거의 기타는 공연장을 휘감듯 울려 퍼졌고, 리암 갤러거는 재결합 이전보다 훨씬 좋은 목 상태를 자랑했다. 특히 목을 갈며 내던지는 리암 특유의 보컬은 공연장 멀리 쭉쭉 뻗어나갔다. 틈틈이 외치는 자신감 넘치는 멘트에도 관객들은 열렬히 호응했다.
열기는 ‘Cigarettes And Alcohol’이 연주될 때 절정에 달했다. 리암은 연주가 시작되기 전 관객들에게 뒤돌아 다른 관객들을 마주 보라고 말했다. 레스폴로 기타를 교체한 노엘이 도입부의 리프를 연주하자 관객들은 서로 뒤섞인 채 크게 점프하며 로큰롤 넘버를 즐겼다.
팬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 세트리스트였다. 이후에도 ‘Fade away’, ‘Supersonic’, ‘Roll With It’이 연주되었다.

잠시 암전 된 이후에는 노엘이 통기타를 들고 등장했다. 이윽고 ‘Talk Tonight’을 연주하며 직접 가창했다. 해당 곡은 과거 1994년 오아시스의 첫 미국 투어 당시, 리암과의 불화로 잠시 팀을 떠나 방황하던 시기 노엘이 밴드로 돌아가라는 한 미국인 여성의 조언을 받은 데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남다른 의미가 담긴 곡인지라 재결합이 이뤄진 이번 공연에서 더욱 절절하게 울렸다.
이후로도 ‘Stand by Me’, ‘Slide Away’, ‘Live Forever’ 등 향수를 자극하는 히트곡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오아시스의 공연을 줄곧 마무리해온 1집의 1번 트랙 ‘Rock n Roll Star’까지 연주된 뒤 무대는 암전 되었다.
이어진 앵콜 무대에서는 오아시스의 최고 히트곡 ‘Don’t Look Back in Anger’와 ‘Wonderwall’이 연주되었다. ‘Don’t look Back in Anger’ 후반부 클로징 파트에서는 관객들이 “Don’t Look Back in Anger”라는 가사를 끝없이 노래해 노엘을 당황시키기도.

앵콜 무대 마지막 곡은 ‘Champagne Supernova’였다. 리버브가 잔뜩 걸린 몽환적인 기타와 리암식 보컬의 완급조절은 공연장에 환각이라도 건 것처럼 관객들을 몰입케 했다. 준비된 폭죽이 터지며 역사적인 오아시스의 내한공연은 끝이 났다.
공연장 바깥의 팬들 역시 공연의 일부였다.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즐기던 팬들은 스탠딩 자리의 관객들처럼 공연장 입구 계단 아래 모여 일어선 채 ‘Champagne Supernova’와 함께 터지는 불꽃놀이를 즐겼다.
한편 리암은 지난 런던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내년에 보자”라며 투어가 연장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오아시스의 신보가 발매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갤러거 형제는 신보에 대해서 언급을 아끼고 있고, 데뷔 30주년 기념 투어인 만큼 현재로서는 재결합 투어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끝맺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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