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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MBC 연예대상, 웃음과 눈물 사이

박지혜 기자
2025-12-30 07: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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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MBC 연예대상, 웃음과 눈물 사이 (사진=MBC)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

29일 밤 펼쳐진 ‘2025 MBC 방송연예대상’ 무대는 어느 때보다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자리였다.

화려한 트로피와 꽃다발 사이로, 누군가는 사과를 했고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다. 

유재석, 21번째 대상 “30개까지 도전”

이날 대상의 주인공은 유재석이었다. MBC에서만 9번째, 통산 21번째 대상을 품에 안은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저도, ’놀면 뭐하니?’도, 이곳에 있는 많은 MBC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지금까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수상 소감 말미에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30개까지 끝까지 한번 노력을 해보도록 하겠다”며 여전한 의욕을 드러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21개의 대상이 주는 무게감과, 여전히 30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그의 말 사이에는 30년 가까운 방송 인생이 압축돼 있었다.

전현무의 사과 “새롭게 하기 프로젝트”

올해의 예능인상 수상자 중 가장 무거운 표정을 지은 이는 전현무였다.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을 둘러싼 각종 논란 속에서 받은 상이었다.

“오늘 축제 분위기로 진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처음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매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뽑혔던 ‘나 혼자 산다’가 최근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내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는 ‘잘 좀 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2026년 나 혼자 산다는 ‘새롭게 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앞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최근 박나래와 샤이니 키가 불법 의료 행위 의혹으로 프로그램을 하차한 상황. 전현무 역시 2016년 방송 장면이 재조명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소속사는 “병원에서 의사 진료와 처방을 받았다”며 해명했지만, 시상식 무대에 선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무게가 실려 있었다.

장도연 “겸손하지 않으면 다 죽어”

“가장 염치없는 상 같다.”

올해의 예능인상을 받은 장도연은 특유의 자조 섞인 입담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유세윤 선배가 대상을 저라고 말하길래 새로운 조롱인 줄 알았다”며 웃음을 자아낸 그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요즘 ‘삼국지’를 읽는데, 겸손하지 않으면 다 죽더라. 무서운 예능판이다. 아버지 말씀처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겸손하게 살겠다.”

이에 김구라는 “가면증후군이란 말이 있다”며 “운으로 돌리는 현상, 충분히 자신의 실력과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온 것”이라고 응수했다. 겸손과 자신감 사이, 예능판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차가 묘한 긴장을 만들어냈다.

김숙 “나래 팀장님까지 모두 감사”

여자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김숙은 ‘전지적 참견 시점’과 ‘구해줘 홈즈’ 멤버들을 한 명씩 언급하다가, 자연스럽게 한 이름을 불렀다.

“나래 팀장님까지 모두 감사하다.”

논란 속에 시상식에 불참한 박나래. 그의 이름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김숙은 담담하게 감사 인사 목록에 포함시켰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30년 예능계를 함께 버텨온 동료에 대한 의리가 담겨 있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숙은 “30년 동안 그만두겠다고 할 때 끝까지 잡아준 유재석, 송은이, 이영자 선배에게 감사 인사 전한다”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신인감독 김연경’, 4관왕 달성

이날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신인감독 김연경’의 약진이었다.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베스트 커플상(김연경-인쿠시), 베스트 팀워크상(원더독스), 핫이슈상(부승관)까지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압도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배구 선수에서 예능인으로. 김연경은 신인상에 이어 올해의 예능인상까지 받으며 놀라운 행보를 이어갔다. “우리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인데 제가 대표로 오늘 받은 것”이라며 공을 돌린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팀 스포츠의 DNA가 묻어났다.

공로상은 故 전유성에게

이날 공로상은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만든 코미디계의 전설 故 전유성에게 돌아갔다. 제자인 김신영이 대리 수상하며 고인의 딸이 전한 메시지를 읽었다.

“어른 예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

김신영은 “고인의 생일인 1월 28일에 지리산에 가서 공로상을 전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10년간 시청자들의 일요일 저녁을 책임진 ‘복면가왕’ 팀은 특별상을 받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 무대 위에서, 예능인들은 웃음과 눈물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2026년을 향한 다짐들이 오갔지만, 그 다짐이 온전히 밝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축제의 화려함 아래 흐르는 진심들은, 어쩌면 그 어느 해보다 복잡하고 묵직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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