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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건 산불 동시다발…산림청장은 면직

서정민 기자
2026-02-23 06: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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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건 산불 동시다발…산림청장은 면직(사진=산림청)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서 주말 사이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랐다. 21일부터 23일 새벽까지 발생한 산불만 22건에 달하며, 경남 함양에서는 올해 첫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진화 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23일 산림청에 따르면 오전 5시 기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불의 진화율은 32%에 머물고 있다. 산불영향 구역은 약 189㏊로 추정되며, 전체 화선 8.26㎞ 가운데 2.64㎞의 진화가 완료된 상태다.

불은 지난 21일 오후 9시 14분께 마천면 창원리 일원에서 시작됐다. 이후 산림당국은 확산 우려에 따라 22일 오후 10시 30분 ‘산불 확산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2단계는 피해 추정 면적이 100㏊ 이상이거나 평균 풍속이 초속 11m 이상일 때, 혹은 48시간 이상 진화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소방청도 같은 날 오후 11시 14분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동했다.

야간에는 진화 차량 105대와 인력 603명이 동원돼 불길이 민가와 주요 시설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으나, 현장이 급경사지로 이뤄져 있고 한때 순간풍속이 초속 8.5m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서 진화 인력의 접근에 큰 어려움이 따랐다. 날이 밝는 대로 헬기 51대를 순차 투입해 공중 대량 살수와 지상 잔불 정리를 병행하는 진화 작전으로 이날 중 주불 진화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한 바람과 험한 지형으로 진화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가용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조기에 주불을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에서도 22일 오후 7시 20분께 토성면 인흥리 일대에서 불이 났다.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소방당국은 오후 8시 32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128명과 소방차 44대를 투입했다. 인근 리조트 투숙객과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약 2시간여 만에 주불이 잡혔다. 고성군은 오후 9시 37분 안전재난문자를 통해 주민 대피 해제를 알렸다.

충북 단양군에서는 23일 오전 2시 19분께 대강면 장림리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이 확산되자 당국은 오전 3시 12분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당동리·후곡리·덕산리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를 지시했다. 현장에는 초속 6m에 가까운 강풍이 불면서 불길이 빠르게 번졌고, 23일 오전 기준 잔불 정리 및 확산 차단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서는 23일 자정 30분께 야산에서 불이 나 10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고, 약 3시간 30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충남 서산에서는 산불이 한때 국내 최대 석유비축기지에 접근해 당국이 산불 확산 지연재인 ‘리타던츠’를 살포하며 방어선을 구축했고, 충남 예산에서는 산불이 꺼진 지 4시간 만에 되살아나 재진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산림청은 21일부터 23일 새벽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이 22건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2월에 동시다발 산불이 10건 이상 넘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기후 변화와 겨울철 가뭄의 영향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국적인 산불 위기 속에서 산림청장 공백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김인호 전 산림청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5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버스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청와대는 즉각 직권면직 조치했다.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출신인 김 청장은 취임 6개월여 만에 직을 잃게 됐다. 청와대는 이튿날 “이재명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산림청노조는 성명을 내고 “2월부터 5월까지 산불조심기간은 조직의 사활이 걸린 준전시 상황”이라며 “기관장이 음주운전이라는 중대한 비위로 직권면직된 것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가 산불 대응 체계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박은식 산림청 차장이 청장 직무대리를 맡아 산불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직무대리는 회의에서 “산불 발생 시 현장 지휘체계를 철저히 유지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 초동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상황을 보고받고 “대피명령이 내려진 지역의 주민들이 신속히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서울·경기 동두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강릉, 충북 청주, 전남 여수, 경북 경주, 경남 창원 등 전국 곳곳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강원 강릉·동해와 부산 등 동해안 지역에는 강풍 특보도 발효됐다. 산림청은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을 자제하고 입산 시 화기 사용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