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022년 집값 정점 수준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면서 부동산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694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억3267만원) 대비 5.81% 오른 수준으로, 집값 정점이던 2022년께 기록한 6억7000만원선에 근접했다.
전·월세 시장 불안의 핵심은 공급 부족이다. 서울 일부 2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도 전·월세 매물이 10가구 미만인 곳이 속출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는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고, 그나마 월세도 인기 단지에선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부동산 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신규 공급 물량은 4165가구에 불과하다. 2027년 1만306가구로 회복되지만 2028년 3080가구, 2029년 999가구로 다시 급감하는 ‘공급 절벽’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도 임대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차단, 주택담보대출 취급 후 6개월 내 전입 의무화, 갭투자 제한 등이 맞물리면서 임대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 속에 금융당국은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5대 시중은행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3차 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이들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에는 이미 LTV(담보인정비율) 0%가 적용돼 사실상 신규 대출이 막혀 있지만,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막지는 않았다. 이 규제를 기존 대출 연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SNS를 통해 “기존 다주택자 대출의 연장과 대환에도 신규 다주택 구입 규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비거주 다주택의 레버리지 의존 구조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규제 강화에 힘을 실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괄 차단보다는 지역·주택 유형별 ‘핀셋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방이나 비아파트는 시장 상황과 임차인 영향을 고려해 선별 적용하고, 만기 시 일시 상환보다는 분할상환 전환이나 단계적 감축 방식을 함께 검토 중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의 경우 은행권 잔액만 13조9000억원, 상호금융권 포함 시 20조원에 달하는 만큼 세입자 보호 장치 마련도 과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0%로 전월(0.60%) 대비 0.10%포인트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7%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년 동기(0.44%)보다는 0.06%포인트 높아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43곳 가운데 39곳(약 3만1000가구)이 이 규제 영향권에 들 것으로 추산된다. 전셋값 자체가 높은 강남권·한강변 정비사업장은 제한된 한도만으로는 이주비 마련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대안으로는 시공사가 지급보증하는 ‘추가 이주비 대출’이 있지만 금리가 기본 이주비 대출보다 강남권 기준 1~2%포인트, 중소 사업장은 3~4%포인트까지 높다. 서울시는 올해 8개 사업장(5900가구)이 이주 비용 증가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했다.
시공사 재무 여건이 취약한 강북권 중소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추가 이주비 확보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사업장은 시공사가 신용도 부담을 이유로 지급보증을 거절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