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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원할 때 끝낸다” vs 이란 “배상금 내야 종전”…전쟁 장기화 우려

서정민 기자
2026-03-12 06: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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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원할 때 끝낸다” vs 이란 “배상금 내야 종전”…전쟁 장기화 우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열흘을 넘어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면 언제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란은 배상금과 재침략 방지 보장을 종전 조건으로 내걸며 맞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의 걸프 지역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를 가결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는 등 전선은 군사·외교·경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일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은 내가 끝내고 싶을 때 언제든 끝날 것”이라며 “공격할 표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당초 계획보다 더 큰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그는 켄터키주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이란은 미군이 뭘 치는지 전혀 몰랐다”며 “이런 공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작전은 모든 목표를 완수하고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시간제한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이 이란 정부 붕괴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직 종전에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며, 향후 침략 재발을 막을 확고한 국제적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는 국영방송에서 “미국의 경제를 파괴하고 모든 군사역량을 마모시킬 수 있다”며 장기 소모전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이 중동 특사를 통한 두 차례의 휴전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테헤란 현지에서는 이날도 강한 공습 소리와 대공포 사격이 이어졌고, 시내에는 화재 연기와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고 익명의 목격자들이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의 바레인·요르단·쿠웨이트·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성 13, 기권 2(러시아·중국)로 가결했다. 이란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함으로써 결의 통과를 허용했다.

이란 유엔 대사는 이 결의가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언급하지 않아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을 뒤바꾸려는 편향된 문서”라고 반발했다. 러시아가 발의한 적대 행위 중단 요구 결의안은 찬성 4표에 그쳐 부결됐다. 마이크 왈츠 미국 유엔 대사는 “이란의 공격이 너무 잔인하고 무차별적이어서 이전까지 심각한 이견을 가졌던 나라들이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IEA는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역사상 가장 많은 규모의 긴급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가격을 낮추고, 이후 다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출 물량이 약 수 주치 공급을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불록 서던메소디스트대 교수는 “수개월이 아닌 수 주를 버티기 위한 단기 대책”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방출 속도를 늦춰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는 전쟁 개시 이후 약 20% 오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도 지난달 말 대비 22%가량 급등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해군이 민간 항구에 군함과 장비를 배치했다며 해당 항만시설을 즉시 피하라는 대피 경고를 발령했다. “민간 항구에 배치된 이란 해군 전력은 보호 지위를 상실하고 합법적 군사 표적이 된다”고 경고하며, 지금까지 이란 해군 선박 60척을 포함해 총 5천5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기뢰 부설 선박 16척도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걸프 해역에서의 상선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도 선박 3척이 피격됐다. 이번 전쟁 이후 공격받은 민간 선박은 최소 14척에 달한다. 이란은 또 두바이 국제공항도 타격해 중동 주요 허브의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레바논에서도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헤즈볼라가 수십 발의 로켓을 이스라엘 북부에 동시 발사하자,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에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가했다. 이번 교전으로 레바논에서는 현재까지 600명 이상이 숨지고 약 80만 명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