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공사창립 대기획 4부작 다큐멘터리 ‘성물’이 4부 ‘마음’을 끝으로 지치고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딸의 사진으로 가득한 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이가 떠나기 전 모습 그대로다. 주인을 잃은 공간에서 부부는 오늘도 딸의 흔적을 더듬으며 살아간다. 상은 양의 어머니는 “꿈이길 바라고 사는 것 같다. 그냥 어디 멀리 공부하러 갔다고 생각하거나…”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세상을 향한 원망과 헤어날 수 없는 슬픔으로 고통받던 부부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가톨릭 사제 신영철 신부였다. 신영철 신부는 우연히 부부의 사연을 접한 뒤, 매일 이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상은 양의 어머니는 “그게 제가 참사 이후에 처음 받은 연대였다”고 전했다. 신영철 신부는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해조차도 안 되는 고통일 거다”라며 이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 이유를 밝혔다. 슬픔에 고립되어 있던 부부는 자신들에게 닿은 연대의 마음이 가진 회복의 힘을 확인했고,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과 계속해서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부는 딸을 기억하기 위해 딸의 꿈을 대신 이루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생전에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딸의 소원을 대신해, 부부가 세례와 혼배성사를 받기로 한 것이다. 상은 양의 아빠는 딸이 그랬던 것처럼 명동성당에서 교리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혼배성사에서 사제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한 영혼이 이 지상 세상에서 꿈꾸었던 순간이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기대와 방식은 아니었지만,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남아 있는 우리를 위해 그 염원 역시도 부모님을 통해 놀라운 방식으로 이루어 주셨습니다”라며 이상은 양의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지금도 상은 양의 생일이 되면 부부는 ‘식사 나눔’으로 마음의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같이 울어준다고 하는 것은, 같이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의미로…같이 울어주시는 분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상은이가 남겨준 선물”이라며 ‘마음’을 통해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내레이터 김희애는 “가장 힘들 때 곁을 지켜준 이웃의 사랑, 성물은 우리 마음속에 이미 자리하고 있다”고 전하며 ‘성물’의 마지막 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일본의 사찰이나 동네 어귀에서 작은 아이의 모습을 닮은 석조상으로 만날 수 있는 ‘미즈코 지조’의 이야기도 담겼다. 이는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들을 위로하고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지장보살이다.
죽은 아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한다. 아미 씨의 남편은 “가족들이 떠난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통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해준다”며 이를 통한 치유의 과정에 공감했다.
석공은 “가장 힘든 사람은 엄마다. 아픔을 견디며 아이를 품었고 그 후로도 마음속에 계속 응어리를 지고 살아가게 되니까, 그런 마음을 풀어주고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며 마음이 담긴 지장보살이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는 위로가 되길 기원했다.
4부에 걸쳐 이어진 KBS 공사창립 대기획 다큐멘터리 ‘성물’은 종교와 문화, 국경을 넘어 인간이 고통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발견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지를 비춰봤다.
사제가 되기를 꿈꾸는 에티오피아 소년 크브롬, 이탈리아의 시각장애인 수녀 마리아, 방황 끝에 말씀을 붙든 튀르키예 청년 아지즈, 그리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이태원 참사 유가족까지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서 만난 ‘성물’은 단순한 종교적 유물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음의 징표’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마무리됐다.
2부 ‘초대’에 등장했던 마리아 수녀가 소속된 성 가예타노 수녀회는 취재 당시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2027서울WYD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겸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김남균 신부는 “세계청년대회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젊은 신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되는 뜻깊은 시간”이라며 “머나먼 토리노에서도 서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과 격려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2027년 서울에서 수녀님들과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정성껏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물’로 이어진 인연이 한국에서도 또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더한다.
이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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