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돈줄 죄기에 나선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이 오는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정한 최대 한도 6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과 기금 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경락자금 대출은 이번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수도권 주담대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시중은행이 이를 3억원으로 더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실제 자금 조달 여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예컨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2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할 경우, 현행 LTV 40%를 적용하면 최대 4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KB국민은행에서는 앞으로 최대 3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다른 규제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부족한 1억8000만원은 매수자가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매매가격이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기존과 같이 최대 2억원 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했고, 다른 은행 신용대출을 갚는 조건의 대환 방식도 제한한 바 있다.
지난 2월부터 제공해온 주담대 우대금리 쿠폰도 지난달 18일 종료하는 등 잇단 조치를 이어왔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48조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35억원 늘었다.
연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 목표치(약 4조3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이미 채운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이번 조치가 대출 수요를 다른 은행으로 몰리게 하는 '풍선효과'를 자극해, 연쇄적인 대출 조이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대출 한도 축소와 맞물려 금리도 상승세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금융채 5년물 기준)는 연 4.65~7.37%로, 지난 5월 말과 비교해 하단이 0.39%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승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도 지난 5월 2.90%로 두 달 연속 올랐다.
주택 매수를 앞둔 실수요자는 이제 정부의 LTV·DSR 규제뿐 아니라 개별 은행의 자체 한도와 접수 중단 여부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같은 소득, 같은 주택이라도 어느 은행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KB국민은행의 이번 3억원 한도 축소 조치가 하반기 주택 매수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AI 생성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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