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가장 가까웠던 연인과 남편에게 살해당한다.
병원에 실려 온 한 여성의 상태를 의료진은 ‘내원 당시 의사소통 불가능. 호흡부전 시 사망할 수도 있음’이라고 기록했다. 이 여성은 5년간 남자 친구에게 폭행당한 피해자였다. “살려주세요. 와주세요. 제발.” 경찰에 구조를 요청한 횟수만 총 31번이었다. 그러나 죽기 직전까지 맞았던 이 여성은 지금 교도소에 갇혀 있다. 피해자였던 그가 가해자가 된 것이다.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쳐 보면 곳곳에 구멍 뚫린 보호망의 실상이 드러난다.
가정폭력의 위험 신호가 있었지만 비극을 막지 못한 사례도 있다. 3주 전 가정폭력을 신고했던 한 여성이 쓰러졌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새아빠였다. 그는 집에 와보니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며 딸에게 사진을 보내고는 아무런 응급조치도 하지 않은 채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딸의 신고로 엄마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엄마가 쓰러지기 전까지 가정폭력을 신고한 것은 세 차례였다. 그러나 경찰은 위험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새아빠는 아내가 쓰러진 날에는 폭행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3년째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엄마는 오늘도 말이 없다.
국가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취재 결과, 우리나라에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피해자 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실태를 추적하고 관련 통계를 통해 문제를 알려 온 것은 여성 인권 단체였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해 집계한 최소한의 수치다. 올해는 또 몇 명의 여성을 잃었을까.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죽을 뻔했다가 겨우 살아남은 피해자들도 있다.
이들은 “가해자가 곧 출소한다. 우리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며 “제발 사회가, 국가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피해를 겪은 이들에게는 “같이 살아서 이겨내 보자”는 말을 전했다. 힘들어도 버티다 보면 제도와 법이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KBS ‘시사기획 창 : 가장 가까운 살인자’은 오늘(13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허정은 기자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