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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316석 확보… 전후 처음

서정민 기자
2026-02-09 07: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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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316석 확보… 전후 처음 (사진=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실시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전후 최대 규모인 316석을 확보하며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 단일 정당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310석)를 단독으로 넘긴 것은 전후 처음이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차지했다. 이는 기존 의석수 198석보다 118석 늘어난 수치로, 2009년 민주당의 308석을 넘어서는 단일 정당 역대 최다 기록이다.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300석을 넘긴 것은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당시 304석 이후 처음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기에도 총선 대승이 이어졌지만 300석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도 34석에서 36석으로 의석을 늘리며 여당 전체 의석수는 352석에 달했다. 전체의 75%를 넘기는 압도적 의석수다.
중의원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할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여당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다.

반면 최대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49석 확보에 그치며 참패했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총선 직전 통합해 창당한 이 연합은 선거 전 167석에서 118석이나 줄었다. 지역구 289곳 중 겨우 7곳에서만 승리했다.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9일 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큰 패배를 당한 책임은 대표인 제게 있다. 만 번 죽어도 모자랄 만큼 무거운 책임”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도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민주당은 28석으로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극우·보수 성향의 참정당은 2석에서 15석으로 크게 약진했고, 신생 정당 팀미라이는 11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 승리의 배경으로는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개인 지지율과 적극적인 전국 유세가 꼽힌다. 조기 해산 결정 당시 부정적 여론이 있었으나 ‘강한 일본’을 내세운 유세를 통해 판세를 뒤집었다. 유세 기간 이동 거리는 1만200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NHK 인터뷰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경제·재정 정책의 대전환을 평가받고 싶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 내각에서도 각료를 대부분 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일본유신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내각에서의 책임도 함께 져 주었으면 한다고 요청해 왔다”며 “예외적으로 유신에서 각료를 1명 내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을 경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승리로 다카이치 총리의 당내 장악력도 강화됐다. 향후 적극 재정 기조의 경제 정책과 보수 성향 안보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방위력 강화, 무기 수출 규제 완화, 국가정보국 창설, 국기 훼손죄 제정 등 기존에 의지를 보여온 정책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안보 체제 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결과 자민당과 유신회,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개헌에 우호적인 세력의 의석수는 395석으로 발의선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개헌안 발의를 위해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단기간 내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에 예정돼 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재정확대와 감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자민당은 선거 공약에서 경제 안보, AI, 반도체, 양자, 콘텐츠 산업 등에 자금을 투자해 ‘강한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식료품을 2년간 소비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 증시 상승과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의원 선거 전날인 7일 새벽 오사카거래소 야간 거래에서 닛케이 평균 선물이 전 거래일 대비 2080(4%) 오른 5만6490까지 상승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 주식 전략가는 “방위 관련 종목에 더해 소비세 인하를 기대한 식품주 등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배넉번캐피털마켓의 마크 챈들러는 “당분간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더 진전될 여지를 모색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에 가까워질 경우 당국의 환율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는 장기 국채 금리다. 재정 악화 우려로 국채금리가 급등할 경우 주가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위험 회피 자금이 금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선 사흘 전인 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일본유신회 연립 여당에 대해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의 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나 정당을 공개 지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새벽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올봄 백악관을 방문해 미일 동맹의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3월 19일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의 첫 미국 방문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56.26%로 집계됐다. 직전 총선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전후 기준으로는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6회 연속 50%대 투표율에 머물렀다.

한파와 강설 예보 영향으로 사전 투표자는 2701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2월에 총선이 치러진 것은 36년 만이다.​​​​​​​​​​​​​​​​

서정민 기자